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7일 삼성화재 압수수색 결과물 분석과 계열사 임원 소환조사를 병행하면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개설 및 비자금 운용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후 2시께 차명계좌 명의자 가운데 한 명인 정기철(54)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계좌 개설 경위와 비자금 조성·관리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정 부사장은 삼성물산 런던지사 담당간부를 거쳐 이 회사 비서실과 경영지원실에서 간부와 임원으로 오랫 동안 재직했으며 현재 경영기획실장(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물산이 삼성 계열사의 해외구매 대행과 그룹 내 모든 공사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다른 계열사보다 쉬우며, 런던·타이베이·뉴욕 지사는 삼성SDI와 손잡고 2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곳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정 부사장은 조준형 변호사와 함께 출석, 8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화재 본사와 수유리 전산센터, 과천 삼성SDS e데이터센터, 용인 물류창고 등에 대한 이틀 간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박스 107개 분량의 압수물을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내부문서와 회계장부, 고객에게 지급 또는 미지급된 보험금 내역을 포함한 고객 관리자료, 백업 전산자료 등을 분석하면서 '삼성화재가 고객 보험금을 빼돌려 연간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 내용을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창고에서 나온 수천점의 미술품들 중 비자금으로 구입한 의혹이 드는 작품들에 대한 확인작업도 계속하고 있으며,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도 다음주 초에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일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26일 출석조사를 받았던 삼성화재의 경리담당 김 모 부장은 현장에서 메모지를 숨기는 등 의심스런 행동을 하다가 '증거인멸'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다음주부터 비자금 의혹 외에 '삼성 의혹'을 둘러싼 각종 고발사건 참고인들도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불법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에버랜드·서울통신기술·삼성SDS·e삼성과 관련한 4건의 고소·고발사건 수사도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