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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빈자리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 유한한 존재인데도, 요절한 이들에 대해 유난히 절절한 아쉬움을 표하곤 합니다.

먼저 간 천재들이 만약 오래 살았더라도 그만한 애정을 표했을까 싶게 말이죠.

김광석은 물론 살아서도 아끼는 이들이 많았지만, 죽고 난 이후 더욱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가수입니다.

지난 6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가 라이브콘서트를 1천 회 이상했던 학전 라이브극장에선 12주기를 기념해 김광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는 크게 2가지였는데요.

하나는 학전소극장 앞에 김광석의 얼굴이 새겨진 노래비 제막식이었고, 또 하나는 김광석을 사랑하는 선후배 가수들이 조촐한 콘서트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노래비 제막식은 3시였지만, 김광석 추모사업회회장인 김민기 학전대표의 인터뷰도 할 겸 전 일찌감치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꽤 오랫만에 간 대학로는 새로 생긴 카페들이 많이 생겼지만, 학전의 모습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더군요.

노래비는 사실 마당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민망한(?) 학전 소극장으로 향하는 입구쪽 벽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비석형태로 세워진 것은 아니고, 입구 벽에 붙어있는 형태로 김광석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김광석의 얼굴을 실제로 본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대했다는  조각가가 만든 김광석의 얼굴은 제가 보기엔 그리 많이 닮아 있진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은 4시, 그러나 2시도 되지 않아 속속 관객들이 모였습니다.

추모공연의 티켓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15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다 팔린 상태.

그러나 김광석의 오랜 팬들은 이날만큼은 김광석을 흠뻑 느끼고 싶었는지 상기된 얼굴로 일찌감치 도착해 좌석표로 교환해갔습니다. 

10주기도 아닌 12주기에 기념공연을 하는 이유에 대해 김민기 대표는 "남은 이들간에 돈 문제가 복잡했죠. 결국 그 때문에 10주기 공연은 제대로 할수 없었고..."라며 쓸쓸한 얼굴로 웃었습니다.

갑작스런 죽음 이후 몇 차례 언론보도도 됐지만 가족들간의 김광석의 음반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적지 않게 골치가 아팠던 모양입니다.

제막식이 시작되는 3시가 가까워오자, 학전 소극장 앞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김광석이 속했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들을 비롯해 박학기 등 반가운 가수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덧 40대로 접어든 이들의 얼굴엔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제 느낌일까요?

그들의 얼굴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이 묻어나 보였습니다.

너무 빨리 먼저 가버린 이에 대한 그리움,  그토록 아꼈던 이가 사라진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는 야속한 세월이 주는 무상함이랄까요.

김광석은 갔고, 노래는 남았습니다.

살아있는 이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를 추억하고,  더불어 그와 함께 살아냈던 시대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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