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아버지와 같은 날에…최요삼, 끝까지 기구했다

"결혼도 못한 만큼 제삿밥이라도 챙겨 먹이려면 아버지와 제삿날을 맞춰야 한다니..."

최요삼(35.숭민체육관)이 2일 오후 뇌사 판정을 받은 가운데 가족들은 애끓는 가슴을 억누르며 마지막 힘든 결정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바로 사망시기를 결정하는 일이다.

뇌사 판정은 법적 의미의 사망과는 다르며 사망이 선고되려면 가족 동의를 얻어 인공호흡기를 끄는 절차가 필요하다.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은 하필 2일이 최요삼이 사랑한 아버지 고 최성옥 씨의 기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최성옥 씨는 1996년 음력 11월 25일에 지병 등이 겹쳐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애초 "겹제사만은 피하게 해달라"며 뇌사 판정 연기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2일 아버지 제사와 아들 제사를 같이 치르는 기구한 운명만은 피하고 싶다는 당연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몸부림치던 모친 오순희 씨는 이날 아들의 마지막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앞두고 전혀 다른 결단을 내렸다.

오 씨는 가족들에게 뇌사 판정 후 닥쳐올 최요삼의 사망 시간을 3일 오전 0시에 맞추라는 말을 꺼냈다.

가족들은 "왜 그러느냐"고 의아해했지만 오 씨는 단호했다.

사망일 전날 밤에 제사를 지내는 관례상 사망시간을 3일로 넘겨야 나중에라도 최요삼이 아버지와 함께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게 오 씨의 뜻이었다.

오 씨는 "그래야 내가 나중에 세상을 뜨더라도 장가도 가지 못해 피붙이 하나 없는 요삼이가 제삿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피끓는 모정을 토해냈다.

어머니의 이 말에 가족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오씨의 뜻에 따라 최요삼에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인공호흡기를 3일 오전 0시에 꺼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

사망 일을 아버지와 맞추고 싶다는 가족들의 간곡한 뜻 앞에 병원 측도 코앞으로 닥쳐온 장기 이식을 위한 수술 준비는 2일 오후 11시께 끝내놓더라도 인공호흡기 끄는 시기만은 날짜를 넘기기로 했다.

형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애써 냉정함을 유지해온 동생 경호 씨도 형의 기구한 삶을 끝내야하는 잔인한 순간을 앞두고 이날 참고 참아온 울음을 토해냈다.

"뇌사는 사망이 아닌데...아직 살아있는 건데...호흡기를 떼면 그때 죽는 건데...내가 형을 죽이는 것 같아요"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