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총기류 탈취사건의 용의자가 군.경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주시간을 벌기 위해 초를 이용해 차량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탈취한 총기류를 차량 소훼 장소 인근에 은닉하지 않고 도주용 차량에 실은 채 화성 등 경기지역의 포위망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돼 군.경의 검문검색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용의자는 자수의사와 총기류 유기지점을 밝힌 우편물에서 '도주시간 및 수사망 돌리기 위해 차량방화. 화장지에 초를 꽂아 시간이 지나 불이 나게 함. 도주용 차량으로 추적 못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12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용의자가 탄 은색 코란도승용차가 범행당일(6일) 오후 7시 38분께 평택-안성간 고속도로 청북요금소를 통과했고, 오후 10시 40분께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 논바닥에서 불탄 채 발견됐다.
청북요금소에서 독정리까지 승용차 소요시간(30여 분)을 감안하면 2시간 30분 이상 남는다.
결국 용의자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촛불이 타들어가고 차량이 불타는 이 시간을 이용, 용의자는 군.경의 포위망을 유유히 벗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촛불제조업체에 따르면 일반양초의 경우 모두 타는데 7~8시간 소요돼, 용의자가 양초의 상당부분을 절단하더라고 차량에 옮겨 붙기 전에 최소 수십분은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승용차가 불타는 데는 20분 이상 걸려 용의자는 경찰의 차량발견 시각까지 1~2시간 이상 다른 차량을 이용한 도주의 여유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그러나 용의자가 이 시간대에 화성지역에서 탈취한 총기류를 은닉하거나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한 것으로 추정하고 며칠째 주변 탐문수사에 집중하는 등 뒷북을 쳤다.
경찰은 또 총기탈취 직후부터 차량이 불탄 채 발견된 시각까지 경기도내 고속도로 요금소 등 447개 길목에서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용의차량인 코란도에만 집중해 다른 차량은 사실상 무사통과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차량이 은색 코란도에 차량번호까지 확인돼 코란도 검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용의자가 도주용 차량으로 갈아탄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다른 차량에 대한 검문도 충실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지리감이 높아 화성과 평택 지역의 농로로 이동했다면 검문검색도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며 "차량이 전소돼 용의자의 주장대로 촛불로 차량을 불태웠다는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안성간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39번국도 등 고속도로와 국도 등을 주로 이용해 대담하게 도주행각을 벌인 사실이 확인돼 경찰의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화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