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양측이 단일화 협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단일화 가능성을 놓고 신당측은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 태세이지만, 창조한국당측은 한발짝 비켜난 상태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저울질을 계속중인 눈치다.
신당 정동영 후보측은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이뤄지는 5일을 전후해 범여권 단일화의 틀거리를 만들어내야 실질적인 득표효과가 있다고 보고 문 후보측과의 접촉을 적극 추진하며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정 후보는 2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채널로 대화와 접촉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며 단일화 성사에 대한 노력을 설명하고 "12월 6일에서 10일 사이를 보고 있다. 6일에서 8일 사이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여성정책 토론회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사항도 있어 공개하기 어렵지만 연립정부 구성을 포함해 어떻게 협력하고 단일화할 것인지 매일매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접촉하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에서 단일화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의) 방안과 내용에 대해 다각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며 "12월 8일에서 10일 이전에 돼야 표에 반영될 수 있다. 더 늦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이달 12일까지 허용하는 현행 선거법 규정을 감안, 그 이전에 `단일 후보'의 지지율을 가시화시킬 '마지노선'인 셈이다.
원혜영 이계안 이미경 우원식 의원 등이 지난달 30일 오찬 모임을 통해 양측 단일화 방안을 논의한 것이나 3일 재야 시민단체와 종교계, 학계 인사들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도 단일화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비해 `원칙없는 단일화는 안된다'는 문 후보측의 강경 기류는 한층 강해지는 분위기다.
문 후보 선대위 김갑수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후보단일화는 언론플레이를 통한 공개압박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신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곧 단일화가 이뤄진다',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며 일방적인 희망사항을 마치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문 후보측에서 단일화 협상을 전담하는 김헌태 정무특보도 "이번 대선에서 신당측과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우리는 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측은 이례적으로 고원 전략기획본부장의 전략 브리핑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고 본부장은 "대선구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앞으로의 10일간이 고비"라며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 빨려들어가선 안된다"고 썼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는 건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BBK 사건 수사결과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칠 경우 두 후보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가 최대 관건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문 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합정부 구성을 위한 단일화는 필요하다"거나 "단일화에 대해서는 아직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 때문에 양측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 전까지는 다양한 채널로 '물밑 접촉'을 시도하다가 수사결과 발표 이후 지지율 변화 추이에 따라 '단일화냐 독자노선이냐'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