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소장품 찻잔
소설가 한강이 6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고심 끝에 내놓은 물건은 집필할 때의 '일상'이 담긴 '작은 찻잔'이었습니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빛이 감도는 찻잔을 미리 준비해 둔 메모와 함께 전달했습니다.
그는 메모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잔씩만 마시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이날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저의 루틴을 보여주는, 저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기증하는 것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며 "찻잔이 뭔가 계속해서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강은 이어 "올해 겨울이면 작가로 활동한 지 꼭 31년이 된다. (중략) 대부분은 방황하고 무슨 소설을 쓸지 고민하고, 소설이 잘 안 풀려서 덮어놓고 걷고 그런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면서 "(찻잔은) 가장 열심히 했던 때의 저의 사물"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강은 평소에도 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선정을 알리는 노벨위원회 관계자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강의 찻잔은 노벨상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며, 박물관 측은 한강이 직접 소개한 사연을 추후 관람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수상한 해 노벨상박물관을 방문해 개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물품을 기증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1년 사형 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 수감 당시 고 이희호 여사가 보낸 손 편지와 털신, 당시 입은 죄수복을 기증했습니다.
생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2001년에는 성경책도 기증했습니다.
한강은 이어 다른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박물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 의자에 각자 친필 서명도 남겼습니다.
수상자들이 의자 좌판 밑 부분에 새기는 친필 서명은 노벨상만의 '특별 방명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제정 100주년인 2001년부터 시작된 전통입니다.
의자에는 별도로 어느 수상자가 서명한 의자인지 표시해두지 않기에 방문객들은 식사 중 의자를 뒤집어보며 서명을 확인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날 소장품 기증 및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벨 주간'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한강은 오는 12일까지 시상식과 연회, 강연, 대담 등을 통해 언론 및 대중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