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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위험하다…사용금지된 '발암물질' 검출 줄지 않는 이유는 [스프]

[지구력] '합법'이라는 전구체 물질 공정 후 발암물질 변환

장세만 지구력
과거 주방용 프라이팬 등에 많이 쓰이다 암 발생은 물론 간 손상, 면역체계 손상, 발달장애 등 인체 유해성 때문에 사용 금지가 확대되고 있는 게 과불화화합물이죠.

과불화 물질이라 해도 그 종류 수가 수천 종에 이르는데, 이 중 금지된 건 불과 3종에 그칩니다. 스톨홀름협약에 의해 2009년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가장 먼저 사용 금지됐고, 2019년 과불화옥탄산(PFOA)), 2022년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이렇게 3종의 물질이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2018년 대구 수돗물 과불화 물질 논란 이후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8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쓰는 대구의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됐습니다.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다른 어떤 수계보다 많은 산단과 공장들이 입지해 있다 보니 강물 원수에도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더 높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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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구 성서산단과 구미산단 등을 비롯한 낙동강 유역 산업단지 내 과불화 물질 사용 업체들이 낙동강 유출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유독 낙동강에 대해서 과불화화합물을 비롯한 미량 오염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2020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2019년은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도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PFOA에 대해서 사용 금지 규제가 시작된 해입니다. 그렇다면 규제가 시작된 이후로 낙동강 원수에서의 PFOA 농도가 낮아졌을까요? 2020년부터 실시된 낙동강 원수에 대한 과불화합물 검사 자료를 확인해 봤습니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왜관, 강정, 남지, 물금 등 모두 4곳에서 채취한 낙동강 물에 대한 검사 자료입니다.

낙동강 발암물질 '검출률' 오히려 증가 추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출 농도가 떨어지기는커녕, 정반대에 가까운 결과였습니다. 먼저 검출률입니다. 매 포인트마다 매주 또는 매월 간격으로 샘플을 채취하는데 동일 지점 포인트의 샘플들에서 PFOA가 검출된 비율을 뜻합니다. 이러한 검출률이란 기준으로 봤을 때 4곳 중 3곳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왜관의 경우 2020년 43%, 21년 93%, 22년 88%, 23년 84%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남지에서는 2020년 67%, 21년 92%, 22년 100%, 23년 100%로 늘었습니다. 마지막 취수처인 물금에서는 2020년 78%, 21년 92%, 22년 100%, 23년 100%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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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농도치는 어떨까요? 왜관의 경우 2020년 0.0023µg, 21년 0.0074µg, 22년 0.0024µg, 23년 0.0023µg이었습니다. 강정에서는 2020년 불검출, 21년 0.0072µg, 22년 0.0020µg, 23년 0.0016µg입니다. 남지는 2020년 0.0055µg, 21년 0.0117µg, 22년 0.0100µg, 23년 0.0089µg입니다. 마지막 물금에서는 2020년 0.0050µg, 21년 0.0122µg, 22년 0.0086µg, 23년 0.0090µg입니다. 남지와 물금 등 낙동강 중하류로 갈수록 평균 농도치 상승 경향성이 뚜렷합니다.

2018년 당시 유출 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 및 주요 과불화 물질 3종에 대한 사용 금지 규제가 발효됐는데, 오히려 낙동강 원수 내 과불화 물질 검출률과 농도가 높아진 원인은 뭘까요? 과불화 물질의 환경 영향을 조사해 온 문효방 한양대 교수와 전준호 창원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 3종의 주요 과불화 물질이 금지되자 업체들이 이를 대체할 물질로 과불화 물질의 전구체를 원료로 가져다 썼는데, 전구체라는 물질의 특성상 공정을 마친 후에 과불화 물질로 변환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전구체라는 게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중간 단계의 임시적 속성을 가진 물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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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체 1/210로 줄었는데, PFOA는 4배로 증가

문 교수가 직접 조사했던 경기도의 한 섬유용 발수제 제조업체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금지된 3종의 과불화화합물 대신 FTOH(4:2, 6:2, 8:2, 10:2), FTAC(8:2, 10:2), FTAT(8:2, 10:2) 등의 과불화화합물 전구체가 주로 쓰였습니다. (원료 물질 중에는 과불화옥탄산(PFOA) 같은 금지 물질도 소량 검출이 되긴 했습니다.)

문 교수팀은 해당 공장에서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 뒤 나온 공정 폐수와 자가 처리 시설에서 한 번 걸러진 뒤인 1차 처리수, 이렇게 두 가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원료로 쓰인 과불화 전구체의 경우 분석 결과, 공정을 마치고 난 뒤인 공정 폐수에서는 702.02ppb가 검출됐습니다. 1차 자가 처리를 거친 뒤인 1차 처리수에서는 3.32ppb로 떨어졌습니다. 1/210 정도로 농도가 크게 떨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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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군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의 경우는 공정 폐수에서 5.51ppb였던 게 1차 처리수에서는 20.81ppb로 4배로 늘었습니다. 즉, 공정을 마치고 1차 처리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가적인 화학반응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전구체 물질은 크게 줄어들고, 대신 과불화 옥탄산 등 과불화화합물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또 다른 과불화화합물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역시 크게 늘어났습니다. 법적 금지 물질은 아니더라도 PFPeA는 27배, PFHpA 27배, PFHxA 5배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문 교수는 "전구체라는 게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물질인 만큼 전구체 사용 시 과불화화합물로 변환될 거라는 게 이론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산업 공정에서 이런 메커니즘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수돗물 사태 당시 대구 성서공단의 한 발수제 원료 제조업체가 대표적인 오염원으로 지목됐었는데, 이곳 역시 당시 논란 이후 원료 물질을 과불화 물질 전구체로 상당량 전환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함께 연구에 참여했던 전 교수는 "현재 낙동강 원수내 과불화 화합물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 데는 이같은 전구체 물질의 변환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구체 물질을 쓰는 사업자들 역시 이같은 화학변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기존 물질 사용이 금지되다 보니 합법적인 원료를 찾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덕분에 사용 금지 규제는 '눈 가리고 아웅'이 돼버린 셈입니다.

과불화화합물 전구체 구멍이 뚫린 건 우리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제적으로도 위 3종 외에는 사용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수천 종에 달하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개별 순차적으로 금지 항목을 늘려가기보다 과불화 물질군 전체를 규제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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