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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지키며 '선인장 테마파크' 꿈꾸는 젊은 농부

고향 지키며 '선인장 테마파크' 꿈꾸는 젊은 농부
▲ 출하작업 한창인 백승찬 씨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일한 만큼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에서 접목 선인장을 키우는 백야농원 백승찬(37) 씨는 대농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섭씨 44도가 넘는 하우스 안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접목 선인장은 녹색의 대목 선인장에 꽃 모양의 어린 선인장을 접목한 것입니다.

지난 19일 백 씨는 선인장이 빼곡한 1만 2천㎡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수출할 선인장을 고르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는 "아침 6시부터 밤늦게까지 비닐하우스에서 보낸다"며 "접목부터 출하까지 6개월가량 걸리는데 모든 과정이 100% 수작업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간다. 365일 선인장 옆에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선인장은 바이러스에 취약해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2년마다 품종을 개량해 주고 온도, 습도, 통풍 등을 관리하는 데 모든 정성을 들여야 한다"며 재배의 어려움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키운 선인장이 미국, 멕시코, 콜롬비아, 일본 등으로 수출된다"며 뿌듯해했습니다.

그는 2022년 경기도 농식품 수출탑 시상식에서 '10만 불 달성 수출탑'을 받은 사실과 지난해 선인장 수출 실적이 20만 개를 돌파한 사실도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합니다.

이 사업은 월 최대 110만 원의 영농 정착 지원금과 후계 농업 경영인 자격을 주고 저리 은행 융자도 받을 수 있어 백 씨에게는 사업을 확장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백 씨가 고향에서 접목 선인장 사업을 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서울서 건축 관련 일을 했던 아버지는 35년 전 일산으로 귀농해 접목 선인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백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자랐다.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아버지와 함께 선인장을 심고 키우는 것이 더 재밌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애초부터 백 씨가 이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다니다가 군 복무를 마친 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기로 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인 준비를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하우스로 출근을 시작해 어느덧 11년 차 농부가 된 백 씨는 아버지로부터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고 합니다.

백 씨는 "출근 첫날 아버지가 했던 '토양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살아 있는 흙이 농사의 토대다'는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며 "깨끗한 흙과 퇴비를 섞어 선인장이 뿌리를 잘 내리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에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했습니다.

그동안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받아 5천㎡ 규모의 땅을 사고 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최근에는 선인장 재배 비용이 급증해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물류비가 큰 부담이 안 됐는데 현재는 많게는 10배 올랐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백 씨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지만 희망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인장은 열대 지방이나 사막에 자생하는 식물인데, 세계 수출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가 70%를 차지한다"면서 "접목 선인장 일을 배우려는 예비 청년 농부가 찾아온다면 정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접목 선인장 사업가 중 아마도 제가 제일 어릴 것"이라는 백 씨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보다 2배 정도 큰 시설 하우스를 지어 연간 100만 개의 선인장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20만 개 수출보다 5배 늘어난 물량입니다.

두 번째는 선인장 테마파크 조성입니다.

자기의 시설 하우스 옆에 테마파크를 만들어 가족, 연인 등 관광객들이 선인장을 체험하고 즐길 기회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백 씨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선인장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 도우미 역할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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