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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대 활동하다 폭행당해"…에티오피아인 난민소송 승소

"민병대 활동하다 폭행당해"…에티오피아인 난민소송 승소
에티오피아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민병대 소속으로 활동한 아프리카인이 한국에서 난민심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정현설 판사는 에티오피아인 A 씨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정 판사는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해 8월 A 씨에게 내린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1심에서 승소한 A 씨는 최종심에서도 법원 판단이 바뀌지 않으면 국내에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출발지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입국 심사 때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온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입국이 불허됐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송환 지시를 거부하고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짓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씨는 소송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암하라족으로 구성된 민병대 '파노'의 회원으로 활동했다"며 "파노는 무장해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에티오피아에서 3일 동안 구치소에 구금돼 폭행당했고 사촌 동생은 살해됐다"며 "그런 위협을 피해 한국에 왔는데도 난민심사를 받지 못하게 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A 씨가 2019년 발생한 '58명 학살'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듬해에는 현지 마을에서 발생한 또 다른 대량 학살에 연루됐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테러단체인 파노 회원으로서 조직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다가 체포돼 구금된 것"이라며 "이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정당한 절차여서 그가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난민 신청이 거짓 서류를 제출해 사실을 숨기려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의 심사 불회부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판사는 "A 씨가 난민 면담 조사 때 한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실제 에티오피아의 (비상사태) 상황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 씨를 난민심사에 회부하더라도 신청자 지위를 주는 것일 뿐"이라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구체적인 사실 조사를 거쳐 A 씨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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