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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유발' 현장소장·감리단장 중형 선고

'오송참사 유발' 현장소장·감리단장 중형 선고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부실 제방 공사의 책임자인 현장소장이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정우혁 부장판사)은 오늘(31일)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위조교사,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사 현장소장 50대 A 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A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이들 3개 혐의를 경합한 법정 최고형입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한 A 씨와 달리 잘못을 대체로 인정한 감리단장 60대 B 씨는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A 씨 등은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가져온 혐의를 받습니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제방을 축조했다는 책임을 숨기기 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B 씨는 시공사의 부실 공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지만, A 씨는 허가받지 않고 제방을 절개한 것은 행정상 착오였고 철거 또한 설계도 상 불가피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설계상 제방 절개가 불가피했더라도 절개 시기, 대체 제방 축조 계획 등 수해 방지 계획을 수립해 하천 점용허가를 다시 받고 공사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임시제방을 기존 제방과 동일한 규격대로 축조하거나 사고 발생 하루 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해 부실한 임시제방에 대한 보수작업을 진행했으면 강물이 월류해 제방이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또 "임시제방 인근에 피고인의 가족이 있었으면 그때도 제방을 튼튼하게 축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결코 피고인이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수가 사망한 것과 한 명이 사망한 것이 아무리 하나의 사고라도 같다고 볼 수 있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솔직하게 피고인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 징역 15년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족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피고인에게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며 "입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현행법상 '상상적 경합' 조항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적용하면 피해자가 많아도 한 건의 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게 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아침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흘러들어온 강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입니다.

검찰은 이날 선고받은 A 씨 등 2명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부실 대응으로 사고를 키운 책임자 28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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