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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같이 살아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스프]

[뉴스페퍼민트] 1인 가구 전성시대, 57%는 외로움 느낀다는데 (글 :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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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뉴욕타임스 해설
제가 정의하는 '연결'은 에너지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봐주고, 들어주고, 가치 있게 여긴다고 느낄 때, 두 사람이 서로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그 관계에서 위안과 힘을 얻을 때, 바로 그때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에너지요. -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GPT-4o'를 보며 2013년 영화 "그녀(Her)"를 떠올리신 분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10년 전 영화의 실사판이 나온 거 아니냐는 말도 많았죠. 인공지능은 여러모로 사람을 아주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는 게 하루하루 밝혀지는 요즘입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보며 놀라는 일도 이제 진부할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빠릅니다. AI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인간이 외로움을 AI로 달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일부 과학자와 기업가들은 이미 AI를 이용해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시카 그로스가 쓴 칼럼은 단연 눈에 띕니다. 그로스는 AI가 외로움의 해결책으로 떠오른 현실에 분명한 우려를 표합니다.
그로스의 칼럼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외로움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침묵의 전염병(silent epidemic)'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국내 언론에서도 외로움을 일컫는 표현으로 여러 번 소개된 바 있습니다.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장애, 중독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하루 15개비의 담배, 6잔의 술을 마시는 것과 비교될 만큼 우리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외로운 사람은 심혈관 질환, 치매, 뇌졸중 등 질환을 앓을 확률도 높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외로움을 정의하고 그 원인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이는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사회적 관계의 수준은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바라는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넓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소수의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연결의 폭이 비교적 넓은데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연결 대상이 몇 명 없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기대와 성향에 따라 외로움은 인간관계의 객관적 상황과 크게 연관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의 학술적인 정의는 "본인이 바라는 수준의 사회적 관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주관적 불편감'"입니다.
 

'나 혼자' 사회의 외로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키워드는 '혼자'가 아닐까요. 한국의 1인 가구는 40%가 넘습니다. 사람들은 혼자 살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방에서 유튜브를 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사회는 만족스러울까요? 아니면 더 외로울까요?

최근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4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평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57%나 됩니다. 사람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행위로는 TV 시청, OTT, 음악 듣기 등 여전히 혼자서 하는 취미 활동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친구나 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담가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까지 AI가 대체하는 세상이 올 거란 예측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지만, AI가 저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가와 내담자(상담받는 사람) 사이의 '연결(connection)'이 아주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고, 그에 관한 책까지 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정신건강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자꾸 하다 보면,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는 데 서툴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혹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외려 줄어들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그로스의 칼럼에도 등장한 뉴욕대학교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즉, 누구나 적당한 수준의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려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대신 손쉽게 AI에 의존하면 당장은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타인과의 단절감을 심화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제가 매일 만나는 환자들 가운데 외로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외로움을 정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마다 외로움을 느끼고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원인도 다양합니다. 제 임상 경험을 토대로 AI가 외로움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보면, 다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외로움의 기저에는 '연결감(connectedness)'에 대한 갈망이 존재합니다. AI가 외로움을 해소해 줄 거라는 기대는 외로움의 연결성 또는 외로움의 양방향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단지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내 질문에 잘 대답해 주기보다는, 나와 다른 누군가와 서로 연결되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외로움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브레네 브라운 박사의 말처럼 두 사람이 연결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외로움을 줄여주는 겁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든 예처럼 만약 지금 새로운 팬데믹이 덮쳐 우리 모두 폐쇄된 집에서 AI와 단둘이 갇혀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우리 중에 그래도 AI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다며 마음을 놓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갈구하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죠.

둘째, 제가 환자들을 통해 배운 외로움의 또 다른 기원은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경험'과 매우 밀접히 맞닿아 있습니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세상에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자각이 외로움에 기여합니다. 가령 미국의 어르신 중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경감해주는 효과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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