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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 헤일리 썸타기? '적과의 동침' 성사될까

[월드리포트] 트럼프 · 헤일리 썸타기? '적과의 동침' 성사될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일정이 다음 달 27일로 잡혔습니다. 양측은 부통령 토론 일정에도 합의했습니다. 트럼프는 아직 부통령 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인데, 지난 4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후원 행사에서 부통령 후보군에 대한 인물평을 내놓는 등 일종의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후문입니다. 트럼프 캠프는 현재 부통령 후보군을 좁히기 위해 물망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자료 조사를 진행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부통령의 기본적인 자질로 무엇보다 확장성을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우 등 보수층에서 확실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과 유색 인종,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4년 임기 후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2028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을 부통령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라고 합니다.
 

부통령 후보 지명 앞두고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

니키 헤일리

부통령 후보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 11일 의미심장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가 부통령 후보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헤일리가 트럼프를 경계하는 기부자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어 법률 비용과 대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데다, 헤일리 사퇴 후에도 계속 그녀를 지지하고 있는 고학력 공화당원들의 표심을 얻는 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헤일리의 영향력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헤일리는 지난 7일 인디애나주 공화당 경선에서 20% 넘게 득표한 데 이어, 지난 14일 메릴랜드, 네브래스카, 웨스트 버지니아 등 3개주 경선에서도 최대 20%에 달하는 득표를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3월 이미 경선 포기를 선언했는데도 계속해서 그녀를 지지하는 표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헤일리 지지표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집토끼' 단속이 우선인 트럼프 캠프에서는 가장 먼저 잡아야 할 표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침묵해왔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22일 강연에서 헤일리는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유권자로서 나는 우리의 동맹을 지지하고 적들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 국경을 지키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 우선순위에 둔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정책에 있어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은 재앙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퇴연설에서 했던 말을 고수하고자 한다", "트럼프는 나에게 투표하고 여전히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헤일리는 후보 사퇴 연설 당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채 "우리 당 안팎에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트럼프의 몫"이라고만 말한 바 있습니다.

헤일리의 이번 발언은 '바이든은 최악이니 트럼프를 찍겠다', '다만,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건 트럼프가 해야 할 몫이다'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사퇴 당시와는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차선이건 뭐건 간에 '트럼프 지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변화에 근거해서 그녀의 말을 해석해본다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는 말은 곧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헤일리, 우리 팀에 있게 될 것"

트럼프 전 대통령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트럼프도 니키 헤일리의 지지 선언 후 "(헤일리가) 우리 팀에 있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트럼프는 뉴욕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면서 "그녀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월 후보 사퇴 후 지지를 선언한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상당 기간 싸늘하게 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트럼프와 헤일리가 손을 잡게 된다면 바이든에게 상당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입니다. 트럼프 캠프가 헤일리를 부통령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 역시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해당 보도가 나오자 자신의 SNS에 "니키 헤일리는 부통령 후보 자리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나는 그녀가 잘 되길 바란다"고 이를 부인했습니다. "우리 팀에 있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 역시 이런 수준을 의미하는 건지 부통령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건지는 불분명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헤일리의 지지 선언은 그저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범상치 않다면 눈 여겨 볼 필요는 있습니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게 정치판이고 보면 두 사람이 손을 잡지 못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첩첩산중인 사법리스크 돌파를 위해서도 대선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와 차기 대선을 노리는 헤일리 사이의 '적과의 동침'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 외교 전문가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재선에 유리한 헤일리를 택하지 않을까요?" 제 질문에 그는 "제가 아는 트럼프는 이미 자신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미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고 믿는데 굳이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걸로 유명합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간 헤일리 부통령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능성 0'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를 규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용어가 "예측 불가"이고 보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이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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