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1월 7일)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오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넉 달 전에 처음으로 입장을 밝힐 때는 '아쉽다'고 했는데요, 오늘(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과한 날,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목사를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조사했습니다. 수사가 본 궤도에 오르는 모습입니다.
"사과드립니다"…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사과' 표현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명하지 못한 처신'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말합니다.
제가 연초 KBS 대담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선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제가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특히 취임 이후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사과나 유감의 뜻을 나타낼 때 '송구', '죄송' 등의 표현을 썼습니다.
'사과'라는 직접적 표현은 참모들과 사전 논의 없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썼다고 합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 사전 독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이때는 사과라는 표현이 없었다는 겁니다.
부인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처음 입장을 밝힌 건 올 초 KBS 대담 방송이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는 말도 하면서 김 여사가 당시 면담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정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몰카 정치 공작'이라는 분명한 인식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아마 관저에 있지 않고 사저에 있으면서 또 지하 사무실도 있고 하다 보니까 자꾸 오겠다고 하고 해서 제가 보기에는 그거를 매정하게 좀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되는데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1월 7일
이 대담 이후에선 설령 몰카 정치 공작이라고 해도,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논란에 휘말린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지적 때문인지 '아쉽다'는 윤 대통령의 반응이 넉 달 뒤에 '사과드린다'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반대
김 여사의 처신에는 사과했지만 야당의 특검 추진은 순수하지 못한 목적임을 강조하며 분리 대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특검법을 재발의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데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힌 겁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을 거론하면서 "(수사)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어떤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전임 정부부터 장기간 이뤄진 수사가 사실상 윤 대통령 자신을 겨냥한 것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정부 2년 정도 사실상은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까지 동원해서 치열하게 수사를 했습니다.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검찰, 고발인 조사 시작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꾸려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후 꾸려진 전담수사팀에서 사건 관계자를 조사한 것은 처음입니다.
최 목사를 고발한 시민단체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활빈단입니다. 이들 단체는 김 여사가 2022년 1월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이에 보복하기 위해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희들이 판단하기엔 성직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마치 공익성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변질돼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중략) 취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영상을 찍었다는 최 목사의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보도로 불거졌습니다. 당시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며 가방을 건네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선물은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다음 주 최 목사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하고 오는 20일에는 백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입니다.
검찰은 최 목사 측에 김 여사 접견 당시 촬영한 원본 영상과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체 등을 미리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