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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무역 구조 변화 20년 만…"대미 수출 확대, 불안 요소도 존재"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무역 구조가 약 20년 만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 미국으로의 우리 수출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규모를 넘어섰다고요?

<기자>

올해 들어서 3월까지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 3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2조 5천억 원 정도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309억 달러였던 중국으로의 수출 규모를 1억 달러가량 추월했습니다.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하는 모습이 나타난 건, 월간 단위로는 지난해 12월이 거의 21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후로는 다시 대중 수출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분기별로도 대중 수출을 추월하는 모습이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 제품들을 뭘 이렇게 많이 사가느냐, 한 마디로 부가가치가 높은 우리에게 이익을 상대적으로 많이 남기는 제품들을 특히 많이 사갑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인들이 좀 비싼 차, 수익성이 높은 SUV나 전기차 같은 차들을 한국차로 많이 사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달러 대비해서 원화가 급격히 저렴해지면서 우리나라 비싼 차들, 좋은 차들을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싼값에 살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지만요.

수출 차량 한 대당 단가 상승률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53%나 올라서 환율 상승률을 훨씬 웃돕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차도 좀 비싼 듯한 차들의 인기가 미국에서 높아진 겁니다.

이밖에도 전기차 배터리, 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기계류 같이 다양한 품목들에서 미국 수출이 늘어왔습니다.

미국은 점점 더 미국에 와서 공장 짓고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 미국에 투자해야 지원금을 준다, 이런 정책들을 다각도로 펴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으로의 수출을 견인해 온 우리 대기업들도 삼성, SK, 현대기아차 할 것 없이 앞다퉈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한동안 걱정거리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변한 게 다행이다. 이런 시각도 있던데요.

<기자>

기본적으로 큰 손 고객이 늘어나는 건 성장 규모를 키우는 거고요.

말씀하신 대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를 이루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긍정적인 요소이죠.

하지만 불안 요소도 적잖이 존재한다. 미리 알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국은행이 어제(18일)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적하는 지점들은 뭔가, 일단 지금 우리 대기업들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데 비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점점 작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하는 경우보다 미국 투자가 가져올 수출 확대 효과가 장기적으로 한참 적다는 거죠.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공장을 지으면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결국 우리 수출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투자를 많이 할수록 베트남에 수출도 잘 되는 연결고리 같은 게 생기는데요.

미국은 이런 연결고리 효과 수입유발률이 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는 겁니다.

투자 대비 해서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더 작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중국이나 동남아로 진출하던 때와 달리 미국에는 우리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 동반해서 가기 어렵다는 점도 한국은행은 꼽았습니다.

사실 미국 공장은 미국이 오라고 하니까 가는 거지 인건비나 생산 비용은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들어갑니다.

대기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위치를 다지기 위해서 진출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대체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가 그만큼 줄어들고 핵심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앵커>

강대국을 상대로 한 장사가 역시나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예 미국에서 무역흑자를 좀 덜 낼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도 나왔잖아요.

<기자>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말에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될 경우에 대비해서 미국에서 우리가 내는 무역 흑자를 좀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우리가 미국에서 너무 큰돈을 일방적으로 벌어오는 것처럼 보이면 상당한 통상 압력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번에 한국은행도 이와 비슷하게 미국이 통상 압력을 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면 좋겠다고 제언했습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미국산 셰일 가스 수입을 늘렸던 것처럼 미국산 에너지, 또는 미국산 농축산물 중에서 수입을 늘리는 안을 한국은행은 예로 들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기술혁신을 계속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모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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