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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1심 유죄…"특정 의원 · 청와대 지원"

'사법농단' 임종헌 1심 유죄…"특정 의원 · 청와대 지원"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돼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기소 후 1천909일, 5년 2개월 만에 나온 1심 판단입니다.

그간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인정된 법관 3명 중에서 가장 높은 형량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 대내외 비판 세력 탄압 ▲ 부당한 조직 보호 ▲ 비자금 조성 등 네 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구체적 죄목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 개에 달합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주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 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재판부는 이 중 2014년 9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 같은 해 10월 고용노동부의 관련 소송 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고 청와대·노동부를 거쳐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가 접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청와대 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소송 일반 당사자인 정부에 도움 주고자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2015년 3∼8월 홍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내용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도 "국회의원 개인을 위해 법률 자문을 해준 행위로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법관 윤리강령에도 반한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2015년 6월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도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에 반해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며 유죄로 봤습니다.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 5천만 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대다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의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준 혐의는 "사법부의 대행정부 업무로서 필요성과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되고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특정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거나, 일부 해당한다 해도 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하는 데 이용했다"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은 유명무실하게 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된 데 이어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공소사실이 약 300쪽으로 정리되는 동안 '사법 농단'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사라진 채 행정처 심의관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만 남게 됐고, 이런 혐의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를 받은 혐의도 대부분 피고인 단독으로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이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5년 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500일 넘게 구금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선고 직후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로써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14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일부라도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3명이 됐습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2심에서 벌금 1천500만 원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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