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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돈으로 용서 사는 가해자들…피해자 두 번 울리는 '기습 공탁' 손본다

최근 가해자들이 돈으로 용서를 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감형을 노리고, 선고 직전에 피해자 동의 없이 합의금을 법원에 맡기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이른바 '기습 공탁'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40대 목사가, 자신의 교회를 다니던 한 자매를 상대로, 장기간 수십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목사는 피해자의 합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피해자 계좌에 2천만 원을 보냈습니다.

[A 씨/교회 내 성범죄 피해자 : 저희 집이 진짜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근데 저희 합의 안 한다고 했었어요. 돈 받을 바에 저 사람 형 더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저희가 합의를 안 하니까 그냥 돈을 임의적으로 보내버린 거예요. 사실 무시하는 행위잖아요, 피해자를.]

돈을 되돌려받은 목사는 이 돈을 선고 전 기습적으로 법원에 공탁금으로 내버렸고,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의 절반도 안 되는 징역 8년 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서울 청담동 스쿨존에서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9살 초등학생 이동원 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도 1·2심을 앞두고 총 5억 원을 법원에 기습 공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징역 7년의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고 이동원 군 아버지 (지난해 11월) : 오늘 판결을 보면서 정말 저는 너무나 화가 납니다. 너무나 부당합니다. 기습적으로 공탁이 이뤄졌습니다.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서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공탁 부분도 제가 원심, 이번 항소심도 정말 받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누차 몇 번을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일부 참작했단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고요.]

약 1년 전부터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모르거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법원에 합의금을 맡길 수 있는 특례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당초,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이걸 감형 수단으로 악용해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할 틈도 없이, 선고 직전 공탁해 버리는 이른바 '기습 공탁' 사례가 잇따르는 겁니다.

검찰도 이런 제도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대검찰청은 기습 공탁 등 꼼수 감형 시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공탁이 확인되면 재판부에 선고 연기나 변론 재개를 신청하고, 피해자의 수령 의사를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일선 청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1일 열린 '전국 공판부장검사 회의'에서는 기습 공탁이 감형 사유로 반영된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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