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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결정…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 순천에서 한동네에 살던 주민 4명이,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가 2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막걸리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던 걸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막걸리를 마시고 숨진 여성 중 1명인 최 씨의 남편과 딸이 막걸리에 일부러 청산가리를 탄 걸로 봤습니다.

지난 2009년 7월 6일, 조용하던 전남 순천의 한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동네 주민 4명이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가 당시 50대였던 최 모 씨 등 2명이 숨지고, 다른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목격자 (SBS 뉴스, 지난 2009년 7월 6일) : 희망근로 일 나오신 분들인데요. 119 왔을 때 나도 실어줬지만, 막걸리 먹고 쓰러졌다고, 막걸리에 다른 걸 탄 것 같다고….]

막걸리에서는 청산가리가 검출됐는데, 검찰은 숨진 최 씨의 남편인 백 씨와 그의 막내딸이 일부러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탄 걸로 봤습니다.

백 씨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아내이자 어머니인 최 씨를 살해했다고 본 겁니다.

국민적 충격을 줬던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2009년 9월 26일 방송) : 자, 한번 섞는 장면을 재현해 봐 그때 네가 봐서 청산가리가 양이 이 정도 되냐? 아빠 말이 이 정도 됐다고 하는데?]

[그것이 알고싶다 (2009년 9월 26일 방송) : (여기 놔뒀어요?) 여기 놓으면서 졸라맸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백 씨 부녀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중요한 진술이 일치한다며 남편과 딸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어제(4일), 백 씨 부녀는 약 1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들이 억울하다면서 재심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고 동시에 형집행 정지로 석방한 겁니다.

이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는 '부녀의 자백'이었습니다.

핵심 물증인 청산가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부녀를 상대로 강압적으로 수사해 허위 자백을 받은 거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법원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실제로 부녀는 1심 재판에서부터 진술을 번복하고,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표현해 왔습니다.

[검찰 조사 당시 영상 (지난 2009년 9월) : (백○○ 씨, 고개 들어봐요. 아이! 이 양반, 오늘 조사 전까지는 본인이 거짓말했다는 건 인정해 줄게. 근데 오늘 조사에서 왜 왔다갔다해요? 본인 말 한마디면 다 끝날 거 같아요? 말이 잘못 나왔죠?) 네. (똑바로 앉아봐, 똑바로. 말이라고 막 나오는 게 아니고 좀 생각을 해서 해봐 생각을, 백○○ 씨. 생각을 좀 해보세요.) 네.]

[검찰 조사 당시 영상 (지난 2009년 9월) : (너 거짓말 탐지기까지 했구나, 너 통과했지?) 네. (하 참, 어떻게 그런 비법이 있어? 한번 써먹게. 알려주더냐? 아빠가 그렇게 거짓말 통과하는 방법.)]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검찰의 당시 조사 영상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를 토대로, "문맹인 아버지와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딸을 상대로, 강압적인 짜 맞추기식 수사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출연, 지난해 7월 6일) : 자백이 유일한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백이 조서에 담겨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조서에 근거가 된 실제 진술이 담긴 영상 녹화를 보면, 조서가 사실상 왜곡돼 있고 조작이란 표현도 어울릴 정도로 상당히 하지도 않은 진술이 들어가 있거나 문답이 바뀌거나 여러 가지 형태의 어떤 조작이 있었습니다.]

또 백 씨가 범행 전 막걸리를 사 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사가 '경찰 CCTV 운영의 기술적인 문제로 자료가 없다'고 거짓말한 점 등, 백 씨 부녀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경찰이 이를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출연, 지난해 7월 6일) : 막걸리를 사려면 순천 시내로 가야 하거든요. CCTV도 다 확인했었습니다. 거기에 의심할 만한 내용은 한번도,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검찰 측은 이런 주장들에 대해 "일부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증거가 제출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재심 청구 기각을 요청했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제(4일) "검사가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 고 봤고, 백 씨 부녀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이들의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 집행정지를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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