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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사람 죽이고 불 지르고 "몰랐다"…"사형 선고해 주세요" 유족의 울분

지난 6월, 서울 신월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20분 만에 완전히 꺼졌는데 당시 집 안에서는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수사해 보니 이게 단순 화재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6월 14일 저녁 8시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김정환/인근 주민 (지난 6월 15일 SBS 뉴스 중) : 불이 크게 났다고 들었고요. 여기서 한 500m 되는 반경까지 탄 냄새가….]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20여 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지만, 70대 여성 A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단순 화재 사고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해당 여성의 시신에서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되면서, 불이 나기 전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겁니다.

경찰이 인근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숨진 여성의 바로 윗집에 살고 있던 30대 남성 정 모 씨가 흉기를 휘둘러 A 씨를 살해하고 시신과 집에 불을 지른 용의자로 특정됐습니다.

경찰의 추적 끝에 나흘 만에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체포된 정 씨, 우울증 때문에 술을 마신 뒤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심지어, 기자들 앞에서는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 모 씨 (지난 6월 27일) : 저도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우울증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겹쳐서 저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맨 처음에는 몰랐었어요. 계획이나 그런 건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거예요?) 저도 그러니까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순간에 세상의 전부와 같은 어머니를 잃은 유족들은 울분을 토했습니다.

[B 씨/피해자 딸 : (법정에서 공개된 CCTV를 확인했더니) 잔혹하게 살해하고 나서 편의점을 가서 담배를 하나 사더라고요. 다시 어머니 집으로 가서 방화를 저지르고. 저희 어머니 화장실에서 자기 몸 다 닦고 그러고서 옷을 자기 집 가서 갈아입고. 불타는 방화 현장을 바라보면서 자신과 마치 무관한 듯이 연기하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는데, 자기 슬리퍼를 한쪽 손에 잡고서는 걸어가더라고요. 도주하는 건데도 그렇게 가더라고요. 뛰지도 않아요. 누가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여기에다, 정 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숨진 A 씨와 층간 누수로 다투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유족들은 더 고통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위층에 사는 정 씨가 어머니에게 층간 누수 피해를 입혀서, 집주인을 통해 정 씨와 이야기하고 만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직접적인 갈등은 없었다는 겁니다.

층간 누수는 핑계일 뿐, 단순히 무차별 분노 범죄의 대상으로 자신보다 약한 70대 노인을 노렸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입니다.

[B 씨/피해자 딸 : 누수 피해를 그 사람(정 씨)이 계속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 오빠가 한 번 만나서 얘기했는데, 얘기하면서 되게 정상적으로 얘기를 웃으면서 얘기를 했던 상황이었고. 피해자인 어머니와 직접적인 갈등 상황이 전혀 없었는데도 '층간 누수 문제로 다퉜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니까 저희는 사실 유족들한테는 가슴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계속 안겨준 거죠.]

실제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숨진 A 씨는 층간 누수로 정 씨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누수 문제 발생 이후 범행일까지 6개월 동안 어떤 갈등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 씨가 자신의 처지가 마치 피해자 때문이라는 착각에 빠져, 아무런 잘못이 없는 홀로 사는 고령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정 씨에 대해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은 다음 주 금요일에 내려질 예정인데요, 유족들은 정 씨에 대한 사형 선고를 촉구하면서 시민들의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B 씨/피해자 딸 : 근데 (어머니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착하신 분, 그러니까 너무 천사 같으셨고 정이 굉장히 많으신 분이라서 피해를 보면 보셨지 타인에게 자기 의견을 막 말씀하시는 분이 못 되셨거든요. 누구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분노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에 일벌백계로써 본 사건에 대한 사형 선고를 내려주시기를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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