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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네타냐후, 이스라엘군 불신?…지상군 투입 미룬 진짜 이유는

✏️ 뉴스쉽 네 줄 요약

· 이스라엘이 10.7 사태발발 3주가 되도록 전면적인 가자지구 지상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 인질협상을 우선하는 미국의 만류 때문이기도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본인이 이스라엘 군의 작전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현지보도가 나온다.

· 미군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들었으나 구체성도 큰 그림도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 이스라엘 군은 1973년 전쟁 이후 보병이 대거 투입되는 지상전을 꺼리는 쪽으로 변화해 왔고, 그 결과 이번 반격에 필요한 준비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판 9.11 테러라고 불리는 하마스의 습격이 벌어진 것이 지난 7일. 이제 3주가 됐다. 이스라엘은 당장이라도 대규모 지상군을 가자지구 중심부에 들여보내 하마스 소탕전을 치를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상작전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뉴스에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26일에는 탱크와 보병부대를 가자지구 장벽 너머로 1km가량 들여보내 기습적인 파괴작전을 벌였지만 탐색전 수준으로 끝내고 철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지난 26일 작전 영상 / 출처 : 연합
이스라엘 군은 복수심과 명예회복 의지로 불타고 있다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지상군 전면 투입의 시기를 계속 늦춘 표면적이고 대표적인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질의 추가 석방 교섭을 위해 미국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 작전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일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시기를 늦춰달라, 지상 작전은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텔아비브를 방문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 10월 18일. / 출처 : 연합
가자지구 지상전 개전을 명령하지 않은 건 결국 네타냐후 총리다. 네타냐후는 유대교 원리주의자들과 극우파 정당을 기반으로 집권한 사람이다. 네타냐후 지지층에서는 인질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팔레스타인에 피의 보복을 가하고 이스라엘의 무서움을 알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스라엘 군도 진격명령을 내려주지 않는 총리에게 반발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도 네타냐후는 지상군 투입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왜?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육군의 지상작전 능력을 그리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만류가 더해진 것이지, 네타냐후 본인은 가자지구 침공 명령을 내리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미국이 말려서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미국은 미국대로, 인질 추가석방과 인도적 지원 문제를 넘어서는 전략적 난제들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심각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설명할 이 질문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마련하지 않고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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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1> 네타냐후는 육군의 작전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군은 강하다. 보유하고 있는 무기의 위력이나 수량에서 하마스를 압도한다. 서로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이 점이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 하마스의 습격으로 그 전제가 무너졌지만.)

그런데 이스라엘 육군이 가자지구 시가지로 들어서는 순간, 그런 전력 차이는 상당 부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온갖 함정을 쳐놓고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있을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을 사냥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이스라엘 군은 포격과 폭격을 계속하고 있지만, 원거리 화력만으로 하마스의 방어 태세를 무력화할 수는 없다.

예전의 가자지구 진입 지상작전 때도 이스라엘 군 장교나 병사가 하마스 요원들에게 납치된 사례가 있었다. 5년간 하마스에 붙잡혀있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데려오기 위해 2011년 팔레스타인인 죄수 1,027명을 풀어줘야 했던 건 당시에도 총리였던 네타냐후의 아픈 기억이다. 2014년 가자지구 땅굴 일부를 파괴하기 위해 벌였던 지상작전 때는 이틀 만에 이스라엘 군인 13명이 전사했고, 작전은 당초 계획보다 3주를 더 끌고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

5년간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있다가 돌아온 길라드 샬리트를 환영하는 네타냐후 당시 총리. 2011년 / 출처 : 게티 이미지.
이번에는 다를까? 잡혀간 인질이 2백 명이 넘는데,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땅굴에 숨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군의 계획과 역량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하레츠(Haaretz)나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영어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예방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안보 실패인데, 지상작전마저 실패하면 정치적으로 완전히 끝장난다는 걸 네타냐후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발언에서 엄포를 놓는 것과는 달리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진입 작전을 내켜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가 공개적으로 만나는 인사나 그의 의중을 따르는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요즘 자주 만난 인사 가운데 이츠하크 브릭(Itzhak Brik)이라는 퇴역 장성이 있다. 그는 수년 전부터 하마스의 침공을 예견하고 이스라엘 지상군 역량 강화를 주장하며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해 온 인사였는데, 이번 10.7 사태 이후로는 가자지구 침공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브릭은 최근 TV에 출연해 "시간을 갖고, 그들(하마스)의 수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과거 전쟁에서 분노와 복수심에 따라 행동했다면 지금 우리는 여기에 없을 것"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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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보수주의 정당 샤스(Shas)는 네타냐후 연립정권의 한 축이다. 샤스의 대표인 아리예 데리(Arye Dery)는 네타냐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현 전쟁내각의 고문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네타냐후에게, 군은 현재 달성해야 할 목표를 위한 적절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방송인 채널14 또한 다른 인사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 국경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지금은 가자(Gaza)에 들어갈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전파하고 있다고 하레츠가 보도했다.
 

Why 2> 이스라엘 군은 대규모 지상작전을 하지 않는 쪽으로 변해 왔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과 동시에 주변 중동국가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생존한 나라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는 단 6일 만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영토를 크게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이스라엘 군과 지금의 이스라엘 군은 같은 군대가 아니라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한다. 1970년대 이후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보병 투입이 동반되는 지상작전을 점차 기피하는 군대로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집트군 포로들을 싣고 수에즈 운하로 진격하는 이스라엘 기계화부대. / 출처 : 게티이미지.
계기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이었다고 한다. 정부와 군의 고위층들이 개전 징후를 무시한 결과로 이집트와 시리아에 기습을 당하며 시작된 이 전쟁에서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이 승리하긴 했지만 이스라엘 군도 큰 피해를 입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때부터 청년들 사이에 '윗사람들이 잘못 판단해 벌어진 전쟁에 내가 왜 목숨을 바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썼다. 1982년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당시, 이런 생각은 보다 확산되어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1980년대부터 미군이 '양보다 질' '첨단기술 중심'으로 국방전력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된 미군은 1990년대 초 이라크 전쟁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인구도 적은 이스라엘은 이 시기부터 공군과 첨단기술, 전자전 위주로 국방력을 재편해 왔다고 한다.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해 상대방 지역을 공격하는 전쟁은 아군 인명피해도 많이 날 수밖에 없고 상대방 민간인 피해로 인한 국제여론 악화까지 감수해야 하니 점차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2000년 레바논 철수, 2005년 가자지구 철수가 이뤄지고, 2006년 이후로는 '화력의 우세를 기반으로 적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방어적 개념이 국방의 중심이 된다.​​​​​​​

지난 10월 20일, 아쉬켈론 상공에서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 돔 / 출처 : AP
게다가, 2011년 '아이언 돔' 배치 이후로는 이스라엘 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헤즈볼라나 하마스의 로켓을 막는 일이 되었다고 한다. 간혹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가자지구에서 지상 전투를 벌일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방의 중심 개념 자체가 그렇게 바뀌어 왔다는 게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의 분석이다.

지난 10.7 사건으로 이스라엘 안보의 근간이 뒤집히기 전까지, 이스라엘 군은 대규모 지상전쟁의 능력을 기를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군의 계획을 보고 받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 작전, 되겠어.'라고 선뜻 마음을 정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Why 3> 미국의 반응: 큰 그림과 디테일, 둘 다 부족한데?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 작전이 '팔루자 2004' 가 아니라 '모술 2016'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이라크 모술에서 ISIS를 축출한 것은 미군이 중동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공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바이든은 모술 해방작전 경험자 제임스 글린(해병 3성 장군)과 펜타곤 전문가들을 이스라엘에 보내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미국이 ISIS 격퇴 전의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보낸 제임스 글린 장군. / 출처 : 미 국방부 배포-AP
미군은 이스라엘 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세히 던졌다고 현지 영자매체 하레츠가 보도했다.

- 작전 계획의 세부 목표는 무엇인가 (이를테면, 제거 대상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가).
- 그 계획이 실전에선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 어떤 메커니즘으로 전쟁을 끝내고 빠져나올 계획인가.
- 가자(Gaza)에서 이스라엘이 원하는 이번 전쟁의 최종단계는 어떤 모습인가.
- 전쟁의 최종단계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전체, 나아가 중동지역의 정세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이런 질문들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미국이 '2004 팔루자'의 실패를 경험하며 피로써 배운 교훈이다. 당시 현장의 전투지휘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자서전에 기록해 둔 바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정치적 질문에 답을 정해두지 않고 전쟁을 벌이면, 전투에 이기더라도 결국은 실패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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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기자 아모스 하렐에 따르면, 미군은 이스라엘 군이 내놓은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에는 구체성이 떨어지며, 시간이 무한정 자기들 편이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미군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벌여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면서도, 구체적인 작전의 형태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를테면, 집집마다 건물마다 하나씩 뒤지는 식의 작전을 전개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신, 공습과 소규모 지상 급습의 결합 또는 반복, 요인암살 등을 통해 하마스 조직 내에 '장기적으로 죽음과 파괴의 씨앗을 뿌리는' 전략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고 하렐은 전한다.

미군이 이슬람 테러리스트 암살용으로 자주 써 온 '리퍼'(MQ-9 Reaper) 무인기. / 출처 :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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