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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3년 넘게 "그냥 쉰다"…실패 두려워하는 청년들, 해법 없나?

최근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청년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3년 넘게 일하지 않은 청년 중, 취업 공부를 위해 도서관이나 학원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그냥 지낸 무직자 이른바 '니트족'이, 8만 명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는데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 2018년에는 이런 니트족 비율이 24%였는데요, 해가 갈수록 늘더니, 지난해에는 37%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일하지 않는 청년 비율이 늘어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나아가 연애와 결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청년기에 니트족이었던 이들은, 아닌 사람보다 결혼할 확률이 10% P 낮다는 한국 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 단절되는 청년도 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립된 청년이 51만여 명, 집에서 나오지 않는 은둔 청년도 24만 7천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10명 중 7명은 원했던 시기에 취업을 못 했고, 절반 이상이 원했던 직장이나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강 모 씨/20대 은둔 청년 (지난 4월 24일, SBS 뉴스 중) : 어딜 나가든 내 경쟁자고. 내 안에서 '이건 네가 못나서 그런 거야'… 좌절을 항상 겪었어요. (하루에) 18시간씩 잤어요. 가끔 새벽에 편의점 나가서 뭐 사 먹고….]

[박 모 씨/20대 고립 청년 (지난 4월 24일, SBS 뉴스 중) : 제 또래 청년들이 무서웠어요. 처음 만날 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한 다음에 나오는 게 '과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그때 얘기할 말이 없는 거예요.]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과도한 경쟁 속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 분위기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영국 BBC도 한국 젊은이들이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감을 느껴, 스스로 고립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청년들을 세상 밖으로 이끄는 정책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최근 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를 전시하고 자랑하게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평범한 러닝머신을 찍은 이 사진의 제목은 '제자리걸음' 잔디밭에 덩그러니 넘어져 있는 의자 사진의 제목은 '누군가 일으켜 준다면'입니다.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 이라며 카이스트에 전시된 사진들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실패 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임재근/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 카이스트라는 좋은 학교에 있다 보니 졸업한 선배도, 동기들도 모두 우수하다. 좋은 직장, 번듯한 미래 계획, 뭐든 척척 해내는 진취성. 그러한 동문 사이에 있는 게 자랑스럽지만 연구와 삶에서 실패를 만날 때마다 혼자 시들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싱싱한 잎들 사이 혼자 시든 이 노란 이파리처럼.]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2년 전 만들어진 카이스트 실패 연구소가 올해 처음 2주간의 실패 주간을 지정하고 시도한 행사입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쉽게 털어놓기 어려웠던 학생들은 큰 위로를 주고받았습니다.

[오은지/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과정 : 부끄럽다고 생각도 들고 부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도 많이 드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기 되게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단 겉으로 꺼낸 것도 사실은 좀 용기였고요.]

다음 달 1일에는 서로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망한 과제 자랑 대회'도 열릴 예정인데, 학업뿐만 아니라 연애, 진로 등 인생 과제에서 실패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조성호/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소장 : 실패를 통해서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이루는 그런 자양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런 학생들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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