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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걱정 없이 쉰다던 쿠팡, 배송 중 숨진 기사에 "우리 근로자 아냐"

드러나지 않은 쿠팡 배송 기사 많아…과로사 막기 위한 사회적 책임 다해야

[취재파일] 걱정 없이 쉰다던 쿠팡, 배송 중 숨진 기사에 "우리 근로자 아냐"
어제(13일) 오전 4시 40분쯤, 경기 군포시의 한 빌라 복도에서 새벽 배송을 하던 60대 쿠팡 하청업체 소속 택배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쓰러진 기사 머리맡에는 쿠팡 종이상자와 보냉팩 등이 놓여 있었습니다.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이 문 앞에 쓰러져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숨진 60대 남성은 약 1년 전부터 쿠팡 새벽 배송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남성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왔습니다. 실제 쿠팡에는 '드러나지 않은 택배 노동자'가 많습니다. 쿠팡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정규직인 '쿠팡 친구'말고도 쿠팡이 각 지역 물류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해당 물류업체와 계약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퀵플렉스)입니다. 이들 역시 쿠팡에서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배달하기는 하지만, 쿠팡에 직고용 된 것이 아니라 대리점을 매개로 간접 고용됐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개인 사업자 분류됩니다.
 

'알아서 쉴 수 있다'던 쿠팡, '택배 없는 날'도 거부

택배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고용 형태는 다르지만 이들이 결국 수행하는 업무는 거의 비슷합니다. 연이은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로 인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택배 없는 날'이 도입됐지만, 쿠팡은 자사 택배 기사들은 알아서 잘 쉴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자체 홍보 영상에서 '주 4일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현실과 다르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인천에서 쿠팡 퀵플렉서로 일하는 A 씨는 "물량 증가로 하차 시간은 무한대로 늘고 있는데, 배송 시간은 7시로 정해져 있고, 이 안에 못 끝내면 택배 기사가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면서 "기사들이 알아서 쉴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8월 택배 없는 날에도 이 기사는 300여 개 물량을 새벽에 고객 집 앞으로 날랐습니다.
 

배송 수행률 못 채우면 '클렌징'…과로사 막으려는 의지 있나

A 씨처럼 간접 고용된 쿠팡 기사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이유는 쿠팡이 제시한 배송 수행률을 채우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 노동자 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노사정 합의를 통해 마련된 택배 없는 날은 하루라도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들에게 제대로 쉴 수 있는 날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쿠팡은 어제 경기 군포에서 60대 위탁 배송 기사가 숨진 직후 낸 공식 보도자료에서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배송 업체 A물산 소속 개인사업자로, 경찰이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현재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쿠팡 근로자가 아님에도, 택배노조가 마치 당사 소속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으로 허위주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새벽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 중에 정규직이 아닌 퀵플렉서가 몇 명인지 쿠팡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마저 거부하고 쿠팡 택배기사는 '걱정 없이 쉴 수 있다'고 홍보하던 국내 고용 규모 3위 회사가 자사 위탁 기사 사망 직후 내놓은 입장치고는 너무 궁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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