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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였다"…덜 먹고 덜 나가고 얼어붙는 소비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요즘 물가도 그렇고 살림살이 빠듯하다고 하는 분 많죠.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숫자로도 확인이 된다고요.

<기자>

통계청이 집계하고 있는 올해 2분기 우리 가계의 월 흑자액 평균이 114만 1천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딱 1년 전에 비해서 13.8%나 줄어든 겁니다.

가계 통계에서 월평균 흑자액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우리 가족이 번 돈에서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준조세 격의 돈을 다 내고 대출이자도 내고, 그리고 식비 같은 소비 지출에 쓴 돈도 빼고 그러고도 남는 돈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집에서 다달이 나가고 있는 이런저런 비용들을 다 뺀 다음에 남은 돈, 여윳돈을 말하는 건데요.

그 여윳돈의 감소세가 올해 매우 가파르다는 얘기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 있죠. 일단 금리가 높아진 게 큽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규모가 GDP의 100%를 훌쩍 넘을 정도로 너 나 할 것 없이 빚을 지고 있는 나라죠.

그런데 2년 전부터 갑자기 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원금의 규모는 비슷해도 내야 하는 이자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분기에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돈, 그냥 전 국민 평균으로 내면 집마다 월평균 13만 1천 원인데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돈이고, 소득 대비해서도 가장 부담이 커졌습니다.

지금 표에서 보고 계신 것처럼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이후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이자 부담이 이렇게 커지면 아무래도 사소한 것까지 돈을 아끼려고 할 것 같은데요. 이미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로 아끼고 있다는 게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고요.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비를 실제로 얼마나 하고 있나 살펴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 계절조정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지난 8월에 1년 전에 비해서 5.2%나 하락한 걸로 나옵니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로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거는 물가가 비싸져서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나 계절적인 요인, 또는 휴일에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돈을 덜 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착시효과까지 모두 배제하고요.

진짜 소비 수준을 볼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먹고 싶은 것도 많이 참는 모습이 보입니다.

워낙 비싸져서 많이 살 수가 없는 거죠. 8.3%나 줄었고요. 옷도 덜 사고 있습니다.

외식도 계속해서 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휴가철에 비해서 놀러 가는데 쓰는 돈도 확실히 줄였다, 숙박이나 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소비도 줄어든 걸로 나옵니다. 

그야말로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

물가 이야기도 해보죠. 조금 누그러지던 물가가 요즘 또 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이렇게 부담이 큰 상황에서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좀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두 달째 다시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름값이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는 게 좀 크고요.

식료품 가격이나 전기, 가스, 수도 같은  공공요금 가격, 생활 속에서 바로 체감하게 되는 것들의 부담이 훌쩍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름값이 관건인데 지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지만 이제 겨울이 오면 기본적으로 에너지 비용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게 되는 부담이 훨씬 커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정도의 부담이 유지되거나 살짝만 완화되는데 그친다고 하면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올겨울에도 상당할 걸로 보입니다.

안 그래도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같은 에너지 요금들이 전부 다 올라 있는 데다가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가계 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모습이 보여서 연말로 갈수록 우리 소비가 더욱 부진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늘고 있습니다.

시중 5대 은행만 봐도 9월에 가계대출 1조 5천억 원 넘게 늘었고 이달 들어서 첫 닷새 동안만 해도 1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자부담이 커졌고 그래서 안 그래도 물가까지 올라서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돈을 쓰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한 소비 부진이 전반적으로 경기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이 보이고 있는데요.

여기서 빚을 더 늘리는 분위기가 최근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 가계부채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런 악순환의 어디를 끊을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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