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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고 밀치는 '길거리 농구'…"3대3 농구의 재미"

당기고 밀치는 '길거리 농구'…"3대3 농구의 재미"
▲ 몸싸움하는 이두원과 슛을 던지는 김동현

투르크메니스탄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3대3 농구 조별리그 B조 4차전을 마친 이두원(kt)의 목, 어깨가 벌게졌습니다.

이두원은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더칭 코트 한쪽에 마련된 공동취재구역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며 "몸싸움이 정말 거친데도 파울을 불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강양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투르크메니스탄을 19-15로 꺾었습니다.

양 팀 선수들은 그야말로 격전을 펼쳤습니다.

거의 모든 수비 장면에서 강하게 몸을 부딪치며 공격수의 움직임을 최대한 방해하려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5대5 농구에서는 상대 동선을 읽고 스텝을 먼저 옮겨두는 방식으로 수비합니다.

하지만, 오늘(29일) 선수들은 빠른 발놀림만큼이나 팔을 자주 썼습니다.

어깨와 팔을 상대 몸에 밀착해 속도를 붙이고 들어오는 공격수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손으로는 슬쩍슬쩍 돌진 방향과 반대로 상대를 밀어내면서 림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했습니다.

5대5 농구라면 반칙이 선언될 법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호루라기 소리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최대한 돌파 동선을 림과 일직선으로 유지하려는 공격수들은 상대의 손짓을 제 손으로 뿌리치고, 어깨를 써서 최대한 강한 힘으로 수비수의 몸과 충돌했습니다.

한 번의 충돌로 수비수가 뒤로 밀리자, 또 부딪치며 조금씩 골대 쪽으로 이동해 슛을 던질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장면도 5대5 농구에서는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서로 최대한 힘을 실어 몸통끼리 부딪칠 때 한쪽의 파울이 선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코트 위 10명이 뛰어 공간이 좁은 5대5 농구에서는 이 같은 '힘 싸움' 도중 도우러 온 수비수의 방해를 받게 돼 득점 확률이 떨어지므로 이런 몸싸움은 지양합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모두 프로 선수들입니다.

5대5 농구만 해온 이들은 울리지 않는 호루라기에 불만스러운 얼굴로 자꾸 심판을 바라봤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도입된 3대3 농구는 '길거리 농구'에서 유래했습니다.

창시자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1891년 농구라는 운동을 처음 고안했을 때부터 골대는 양쪽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실내체육관이 아닌 야외에는 골대가 하나만 설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심판을 두고 하는 '정식 농구'와 달리 길거리에는 파울과 관련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이가 없습니다.

몸싸움이 격렬해지다가 실제 폭력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환경, 경기 방식은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생소합니다.

2021년 신인 전체 1순위로 프로농구에 입성한 이원석(삼성)도 이런 야외의 농구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이두원도 "우리가 대회 초반에 삐걱대는 이유가 있다. 5대5 농구만 해서 우리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이 있어서 적응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동현(KCC) 선수에게도 경기 중에 말했다. 파울이 불리지 않더라도 끝까지 제 몫을 한 후 항의하자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두원은 이날 5대5 농구보다 반칙에 관대한 3대3 농구의 특징을 깨달은 듯했습니다.

이두원은 19점 중 12점을 올렸습니다.

204㎝의 신장에 체중도 100㎏가량으로 건장한 이두원은 어깨를 활용한 거친 몸싸움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비를 정면에서 이겨내고 연신 골 밑에서 득점했습니다.

이두원은 "몸싸움이 많으니 슛이 흔들린다. 체력적인 부분에도 (몸싸움이) 작용한다"면서도 "외곽 슛이 아닌 1점 슛(5대5 농구의 2점 슛) 싸움을 해야하는 팀이니 몸싸움을 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거칠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명진(현대모비스)은 "3대3 농구만의 재미가 있다. 빠른 경기를 원하는 분들은 3대3 농구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경기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충분히 별도의 종목으로 설 수 있을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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