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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참아도 병, 화를 내도 병"이라는 분노의 양면성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똑같은 결과

워킹맘 A 씨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화를 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미소로 응대하는 특징 때문에 직장 내에서 '미소 천사'라고 불렸다. 직장인 B 씨는 외향적이며 자신의 주장이 강한 편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유명한 회사에 입사했으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며 '엄친아'로 손색없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워킹맘 A 씨와 직장인 B 씨는 각기 다른 성격으로 각자의 길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같은 공간에 마주하게 됐다. 그곳은 어느 정신건강의학과 낮 병동 알코올 중독자 모임이었다. '미소 천사'와 '엄친아'는 어떻게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을까?

스프 주간 조동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워킹맘 A 씨가 미소 천사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직장에서의 온갖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잘 해소해 왔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와 딸아이의 재롱을 보면 하루 동안 쌓였던 분노가 스르르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딸아이가 커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커버린 딸은 엄마의 말을 더는 들어주지 않았고, 가끔은 무시했으며, 어쩔 땐 화를 내기도 했다.

딸아이가 화를 낸 다음날에는 직장에서 미소 천사로 지내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10여 년간 지켜온 자신의 캐릭터를 바꾸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계속 스트레스가 쌓여 갔고, 축적된 스트레스는 우울감으로 바뀌었다. 우울감을 풀어내려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게 화근이었다. 과음과 폭음이 잦아졌고 그때마다 충동적인 행동과 공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가족의 설득으로 결국 병원을 찾아야 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엄친아 B 씨는 화를 잘 내는 편이었다. 자신은 일 처리 속도가 빠르면서 완성도가 높았던 터라 천천히 일하면서도 부족함이 있는 동료들을 보면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상화되면서 B 씨에게는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동료들에게 화를 냈던 그가 오히려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됐다. 똑똑한 B 씨는 화를 덜 내는 게 답이라는 걸 알고, 화내는 횟수를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한 번 화를 낼 때 강도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었다. 사내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횟수는 오히려 늘었고, B 씨 역시 술로 풀려고 하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화를 잘 참는 A 씨와 반대로 화를 잘 내는 B 씨의 사례는 두 개의 팩트를 던져준다. '분노는 술로 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화를 참는 것도 반대로 내는 것도 병이 된다는 것'이다.
 

화를 내는 뇌와 참는 뇌

올해 이탈리아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Decoding individual differences in expressing and suppressing anger from structural brain networks: A supervised machine learning approach)은 화를 내는 뇌와 화를 참는 뇌가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프 주간 조동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화를 내는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따로 있는데, 이 신경망이 발달하게 되면 충동성과 공격성이 과도해진다. 충동성이 커지면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게 되는데 타인에 대한 역치(thresh hold), 즉 타인의 행동에 대한 참을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스프 주간 조동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격성이 높아지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폭력으로 이어진다. 나로부터 발산된 충동성과 공격성은 타인에게 화로 쌓이게 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기피 대상이 되는 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변 사람이 나를 꺼려하면 나도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화 보존 법칙'이라고 일컫는데, 내가 낸 화가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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