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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올해 추석 비용 부담 줄었다고?…통계 납득 안 되는 이유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제 내일(28일)부터 추석 연휴네요. 설레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은 또 어쩔 수가 없죠. 일단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덜 들 거란 발표가 나오기도 했는데 납득하지 못하는 시청자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기자>

매년 정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비용을 집계해서 발표하는데요.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30만 4천 원 정도 평균적으로 들 걸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20만 원대에서 장보기를 마칠 수도 있지만 일단 평균은 이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해 추석 때보다 비용이 4%가량 덜 들고 특히 정부가 할인 지원하는 품목들까지 감안하면 6.3% 정도 비용이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씀드리고 지나가면 지금 TV 보고 계신 분들 저한테 화를 내실 것 같습니다.

체감으로는 한창 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해보다 명절 준비하기 더 부담스럽다고 하소연 요새 많이 하시죠.

사실 그냥 체감만은 아니기는 합니다. 실제로 장을 보러 갔을 때 지난해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 차례상 비용 집계에 포함되는 품목은 모두 28가지인데요.

자세히 뜯어보면 이중에 지난해보다 더 저렴한 품목은 전통시장 기준으로도 9가지 3분의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원래 단가로 봤을 때 비용 부담이 좀 덜한 품목들이 대부분이고요.

소고기값, 한우값이 지난해보다 저렴한 게 전체적으로 차례상 비용이 감소한 걸로 집계된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앵커>

작년보다 싼 게 9가지인 거네요. 그러면 나머지는 작년보다 더 비싸진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추석이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품목들이 지난해보다 너무 비싼 게 특히 문제입니다.

방금 보셨던 차례상 비용 집계는 사과는 딱 5개, 배도 5개만 넣어서 계산한 겁니다.

차례상에는 이 정도 개수만 올리더라도 실제 명절 준비하는 데 있어서는 어림도 없는 숫자죠.

연휴 내내 가족들 모여 있는데 사과랑 배 이 정도만 딱 사놓으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원성 듣기 딱 알맞습니다.

명절 식품 비용은 결국 고기와 과일값이 좌우하는데요. 다행히 소고기값은 지난해보다 11~16% 정도 저렴해져 있지만요.

배의 경우에 대형마트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2.4%, 전통시장도 14.5%나 더 비싸고요. 사과 역시 각각 19%와 2.7%씩 더 비싼 걸로 집계됐습니다.

그리고 올해와 계속 비교하는 지난해 이미 한참 물가상승 불안이 컸을 때고요. 폭염과 폭우, 태풍으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해 있었을 때입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기준으로 집계하는 차례상 비용의 지난 4년간, 최근 4년간을 비교해 보면 2020년만 해도 20만 원대 초중반에 그쳤던 차례상 비용 평균이 2021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서 지난해 처음으로 30만 원을 넘기고 올해도 30만 원대를 찍고 있으니까요.

장 보러 가셔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앵커>

명절에 나가는 돈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던데 실제 조사된 게 있나요?

<기자>

유진그룹이 해마다 임직원들을 상대로 명절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게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86만 원을 쓸 걸로 각오하고 있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특정 기업 임직원 1천300명 정도만 대단한 거니까요. 이분들이 각오하고 있는 명절 비용, 액수 자체를 전 국민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추이, 변화의 정도를 보는 건 의미가 있는 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6년 동안 60만 원 중반대에 계속 머무르면서 별로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명절 비용 계획이 지난해에는 79만 원, 올해는 86만 원으로 갑자기 급격히 상승합니다.

저물가 저금리가 지속되던 때와 명절 비용 계획이 정체된 시기가 일치하고요.

코로나 이후 최근 2년 동안 고물가 고금리 기조로 바뀌면서 추석 비용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이제 지낸다는 사람들보다 더 많고요.

그야말로 금값 된 사과나 배 대신 가격이 좀 하향안정 중인 샤인머스켓이나 다른 과일 먹어도 되지만요.

요즘 물가에 부모님이나 조카들 용돈 전처럼 드리기가 약간 눈치도 보이고요.

또 차례 지내지 않고 가족들과 그냥 여행 가거나 외식하거나 유원지, 또는 영화관에 가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코로나 전에 비해서 뭐든지 비싸져 있습니다.

이러니까 일상 회복 후 처음으로 맞는 추석 비용 부담이 유난히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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