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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 사상 첫 빅3 연대파업…우리에게도 여파가?

✏️ 뉴스쉽 네 줄 요약

· 전미자동차노조(UAW, United Auto Workers)가 미국 자동차 빅3인 포드, GM,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의 모기업)를 상대로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 미국은 올해 파업과 노조 결성이 급증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졌다.

·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의 요구에 명분이 있느냐와는 별개로, 경우에 따라서는 일자리의 감소로 귀결될 수 있다. 일부 업종에선 노동자들이 전선을 잘못 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나비효과 : 미국 금리 인하가 더 늦어질 수 있고, 가뜩이나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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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회사를 합쳐 빅 3(Big Three)라고 한다. 미국 자동차의 명성이 전 같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세계 1위 경제대국의 중산층 형성에 있어 거대한 역할을 했던 기업들이다. 지금도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의 본산인 미국 중부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지대였지만 1980년대 이후 예전만큼 번영하지 못해, 사회-정치적 불만의 화약고가 되기도 한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지난 15일부터 자동차 빅3 연대파업이 시작됐다. 빅3 세 회사가 동시에 파업에 휩쓸린 건 사상 최초다. 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은 UAW (United Auto Workers). '전미자동차노조'로 번역되는데, 자동차가 주축이긴 하지만 공공-농업-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우리나라의 민주노총을 생각하면 되겠다.

포드 미시건공장 노조원들이 파업행진에 나서고 있다. / 출처 : 연합
UAW 출범 88년 만에 처음 시도되는 이번 동시파업은 일단 3사의 주요 공장 각 1곳씩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시간주 웨인에 위치한 포드 브롱코 조립공장과 오하이오주 털리도에 있는 스텔란티스 지프차 조립공장,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픽업트럭 조립공장 등이다. 3사의 공장 중 가장 잘 팔리고 수익성 높은 모델을 만드는 곳들이다. 빅3의 전체 노조원 14만 6천 명 중 일단 9%가량인 1만 2천6백 명 정도가 1단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무노동 무임금이 철저하므로 파업기간 중 UAW(전미자동차노조)는 노조원들에게 주당 5백 달러 가량의 생계비를 준다.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평소 받던 월급보다 적은 액수지만, 몇만 명 단위가 되면 거액이 된다. UAW의 파업기금 총액이 8억 2천5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지만, 전 조합원이 장기간 파업을 벌이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조합 입장에선 사측이 가장 아파할 곳들을 선별해 타격한 것이다.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파업을 더욱 확대할 거라는 압박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과 판매망은 결국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미국 자동차 3사와 그 협력업체 및 딜러들이 느끼는 고통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빅3에 납품하는 미국 부품업체들의 매출을 380억 달러(약 50조 5천억 원)로 추산했다.
 

노조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 40% 급여인상과 주4일제?

몇 가지 차원의 요구가 겹쳐있다. 과거에 회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한 몫을 보상해 달라, 회사의 이익이 늘었으니 경영진만큼 노동자들도 보상을 해 달라,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여달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요구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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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40% 임금인상 요구는 빅3 CEO들이 받아간 보상(대부분 주식 관련)이 4년간 그만큼 늘었으니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을 맞춰달라는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회사가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도 노동자에게는 제 몫을 나눠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빅3는 합쳐서 올해 상반기에 2백10억 달러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거둔 이익은 2천5백억 달러에 이르는데, 지난 4년간 노동자 임금은 겨우 6% 올려줬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이고 CEO들의 보상도 그만큼 늘었는데 노동자의 몫은 부당하게 적다는 주장은 미국의 상당수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다음의 그래프들이 우상향 또는 우하향 하는 방향만 대략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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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의 나머지 요구사항들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번 빅3 연대파업은 가깝게는 2007년, 멀게는 1970년대부터 누적된 문제가 터진 것이다.

1960년대에는 빅3가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9대를 생산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산업 전체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고, 1970년 큰 승리를 쟁취했다. 고등학교만 나와서 공장에서 일해도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의료비 걱정 없이 병원 다니고, 호숫가에 오두막 지어 보트 타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1980년대 들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가 상륙했다.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으로 일본차가 시장을 잠식해 가는데, 미국 빅3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심지어 퇴직자 복지까지 부담해야 했다. 노조가 받아갈 돈을 깎을 순 없으니 제품 생산에 투자할 돈을 줄였다. 그러니 차는 더욱 나빠지고 판매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몇몇 공장들을 닫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노조는 회사를 압박해 '일자리 은행(Jobs Bank)'을 쟁취했다. 물건이 안 팔려 닫은 공장에서 일하던 노조원들을 '저축'한다는 것인데, 출근부에 도장만 찍으면 하루종일 놀아도 월급을 거의 그대로 주다가 나중에 생산량이 늘면 다시 라인으로 복귀해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산량이 느는' 상황은 오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는 포드가 1년에 120억 달러의 적자를 내기도 할 정도로 빅3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2006년의 지프 랭글러 생산라인, 오하이오 톨레도 / 출처 : 게티이미지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협상에선 노조(UAW)도 뭔가 희생을 감수해야 함을 인정했다. 이때 급여 차등(Tier)제가 생겼다. 기존 직원은 시급이 28~33달러였는데, 새로 들어오는 직원은 시간당 15달러로 거의 반값이 됐다. 노조는 임시직 확대, 퇴직자 의료비 지원 및 '일자리 은행(Jobs bank)' 폐지에도 동의했다. 포드는 어렵사리 파산을 면했지만 GM과 크라이슬러는 결국 파산했고, 빅3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이후에야 간신히 회생할 수 있었다.

다소 무리해 보이는 노조의 요구는 상당 부분, "2007년 이전의 보상 수준을 회복해 달라"는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측 입장은? - "역사적 제안 내놨는데…"

'일자리은행'과 의료비 지원 같은 퇴직자에 대한 보상 확대, 주4일제 (40시간치 받고 32시간 일하기) 등은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노사협상에서 UAW도 이런 부분은 일단 뒤로 돌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 인상과 관련해 빅3 사측은 20%선을 제시했다. 노조가 요구한 40%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제까지 사측이 제시한 인상안으로서는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게 경영진들의 반응이다. CEO가 받는 보상은 주가 상승에 연동되는 것이지만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인상분은 현금 지출이라는 하소연도 한다.

현재 빅3 사측의 얼굴로서 매체에 등장하는 GM의 CEO 메리 바라(Mary Barra)는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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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흔든 '파업의 여름'…확산되는 쟁의

이러한 양상의 갈등은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은 '파업의 여름'을 보냈다는 표현도 매체에 많이 등장했다. 5월 초 시작돼 아직도 계속 중인 할리우드 방송대본 작가들의 파업이 대표적이고, 미국 최대 배송서비스인 UPS의 택배기사들도 올여름 파업을 했다. 2021년부터 물류센터나 지점별로 노조 결성에 나선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애플에서도 각 애플스토어별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제프 베조스의 뉴욕 집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붉은눈의 거대한 쥐는 악덕고용주를 상징한다. 2022년9월. / 출처 : 게티이미지
왜 올여름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소비경제가 본격 회복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일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가 돌아가게 만든 노동자들은 곱절로 힘이 들었다. 특히 스타벅스 등에서는 '인원 보충'이 노조설립 시 가장 강력한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UPS 택배기사들의 요구사항 중에는 '트럭에 에어컨을 달아달라'는 것이 있었다. 이들의 파업으로 UPS는 '사상 처음으로' 자사 배송트럭에 에어컨을 달기로 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힘든 일에 비해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도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UPS 배달 기사, 지난 7월 뉴욕 /  출처 : 게티이미지
코넬대학의 산업-노동관계 연구진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선 230회 이상의 파업이 발생해 32만 명의 노동자가 참여했다. 이는 116회 파업에 2만 7천 명이 참여한 2021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알렉스 코빈 교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도부가 보다 강경한 투쟁을 선도
2. 새로운 세대의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근로여건과 보상을 요구
3. 낮은 실업률. 실직하더라도 생계를 이을 다른 기회가 전보다 많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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