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앞에 이렇게 추모 현수막이 내걸렸고 하얀 국화꽃이 쌓이고 있습니다.
1년 전, 이맘때쯤 서울 신당역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20대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는 겁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입사 동기였던 30대 남성 전주환, 역사 안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가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신당역입니다.
경찰이 다급하게 지하철역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잠시 뒤, 전주환이 경찰들에게 붙잡혀 호송되고, 곧이어 피해자를 실은 구급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당일 밤 9시쯤 전주환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화장실 내에 있는 비상벨을 눌렀고, 역사 직원과 시민들이 전주환을 현장에서 붙잡은 뒤 벌어진 상황입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결국 2시간 반 만에 숨졌습니다.
[전주환/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지난해 9월 16일) : (피해자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피해자한테 죄송하다는 말씀 말고 할 말 없으세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범행 동기는 다시 한번 충격을 줬습니다.
전주환이 입사 동기였던 피해자를 스토킹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9년이 구형되자 선고 전날 피해자를 살해한 겁니다.
불법 촬영물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했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백 차례 스토킹했습니다.
범행 당시 위생모를 쓰는 등 계획적으로 범죄를 꾸민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은 1심에서 보복살인 등 혐의로 징역 40년,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항소심은 지난 7월 두 사건을 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차례 반성문을 냈지만 과연 죄를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주환은 형이 무겁다고 상고해 현재는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유족은 사건 1주기를 맞아 전주환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어제는 유족 측이 입장문을 내고 전주환의 무기징역형이 확정된다면, 그 자체로 수많은 피해자에게 의미 있는 판결이 될 거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민고은 변호사/피해자 유족 대리인 : 무기징역으로 피고인을 중하게 엄벌한다면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는 피해자분들께도 유의미한 판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로서 수사기관 등 관련 기관에서는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 '이것이 정말 중대한 범죄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다면 피해자 보호조치 그리고 이러한 범죄가 발생 했을 때 대하는 태도와 이러한 범죄의 중대함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 사회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큰 충격 준 신당역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토킹 범죄 위험은 여전합니다.
올해 들어서만 경찰에 입건된 스토킹 범죄자가 벌써 7천 명 을 넘어섰는데 이들 중 셋 중 한 명은 불송치 그러니까 혐의 입증이 어려워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형사 입건돼 처분받더라도 접근금지 등의 조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한 3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앞선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소방대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30대 남성이 들것에 실려 나옵니다.
지난 7월 17일, 한 30대 남성이 출근하려 집을 나서는 전 여자친구를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겁니다.
사건 이후 피해 유족은 지난 8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피해자 이은총 씨의 이름과 얼굴을 일부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이 씨와 결혼을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때부터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족은 폭행을 당해 멍든 피해자 이 씨의 팔 사진과 SNS 대화 내용 등을 함께 첨부했는데, "헤어졌는데 집 앞에 찾아오고 출근길 1시간 내내 따라오는 게 너무 무섭고 정말 싫다"며 피해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족 측은 이런 스토킹이 계속되자, 앞서 법원이 가해자에게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했지만, 결국 이를 따르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또, 피해자 이 씨가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경찰이 제공하는 스마트 워치를 한 달 가까이 착용했지만, 숨지기 나흘 전 경찰에게 반납을 안내받고 반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1년 4개월간 나온 1심 판결 630여 건을 분석해 보니, 실형 선고는 71건에 그쳤고, 벌금형과 징역형 집행유예가 가장 많았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5건 중 1건꼴로는 공소 기각으로 형사 처벌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