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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머리는 왜 달고 다니냐?"…약 주고 병 얻는 현실

간호사 4명 중 1명은 최근 반년 사이에 의사로부터 '직장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간호사 1천 명한테 물었더니 의사에 의해서 직장 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한 간호사가 246명, 넷 중 한 명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직장 폭력에는 의사의 물리적, 언어적 폭력 모두 포함됐는데요.

물리적 폭력으로는 의사가 '화를 내면서 병동을 돌거나' '병원 물건을 발로 찼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언어적 폭력으로는, 의사가 강압적인 어조를 사용했다고 답한 간호사가 무려 82%에 달했습니다.

이 외에도 반말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간호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대답한 비율도 높았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간호사들에게 도 넘는 폭언을 해왔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경상대병원입니다.

이 대학 병원 의사가 수년간 간호사들에게 인격 모독이나 망신주기식 폭언을 퍼부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지난 2020년입니다.

[경상대병원 A 교수 : 아 진짜 미치겠네. 야! 바보라도 이런 기본적인 건 하겠다. XX같은 것만 쳐 모아놔 가지고….]

이처럼 녹취에 담긴 폭언은 일부였습니다.

간호사 상당수가 공포 분위기에서 이런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하소연한 겁니다.

[피해 간호사 B씨 (SBS 8뉴스 중, 지난 2020년 1월 6일) : (의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소리 지르거나 그런 폭언들을 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무섭고 떨리고….]

[피해 간호사 C씨 (SBS 8뉴스 중, 지난 2020년 1월 6일) : 지금까지 교수가 그만두게 만들겠다는 간호사들이 1명씩 꼭 있었거든요. 그 간호사가 그만두면 다른 사람을 찍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교수는 지난 2020년 2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 대학 병원의 또 다른 의사도 간호사들에게 욕설과 폭언 등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과거 간호사를 폭행해서 이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 피해 간호사들이 용기 내서 신고하는 경우는 드문 걸로 나타났습니다.

별일 아닌 척 넘어가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했다면서 소극적인 행동을 보인 간호사들이 이렇게나 많았던 겁니다.

적극 나서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컸습니다.

한편, 같은 간호사들끼리도 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꽤 많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간호사 간 폭력은 다 타버릴 만큼 괴롭힌다는 이른바 '태움' 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직 간호사 (SBS 8뉴스 중, 지난 2018년 3월 4일) : 볼펜으로 이렇게 쭉쭉 찍어 누르면서 '뭐 하는 거야?' 약간 이런 거. 머리 이렇게 치고. 생각은 있느냐,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느냐 (그런 말들을 하죠.)]

[현직 간호사 (SBS 8뉴스 중, 지난 2018년 3월 4일) : (무언가를 간호사 선배가) 물어보셨고, 제가 그때 신규일 때라 거기에 대해 대답을 못했더니, 너 어느 학교 나왔느냐, 이런 것도 모르느냐, 너 학교에서 몇 등이나 했느냐 그러는 거예요.]

'태움'으로 불리는 간호사 사이의 괴롭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호사들도 나왔습니다.

"조문은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받았으면 좋겠어"

지난 2019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의 마지막 메시지였습니다.

서 간호사의 죽음 이후 꾸려진 시민대책위원회 조사 결과, 서 간호사는 직장에서 커피를 타다 질책을 받고 동료 직원들의 괴롭힘과 욕설에 시달린다며 가족들에게 하소연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앞서 2018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에 대해서는 병원 내 괴롭힘, '태움'으로 처음으로 산재가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의정부 을지대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가 괴롭힘을 당한 뒤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결과 한 선배 간호사가 피해자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사실이 일부 확인돼, 지난 1월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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