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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중국 '그림자은행'엔 철창 경계…경찰 방문 받는 피해 투자자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최근 중국 경제 여파로 금융위기가 시작될 거다. 이런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걸 중국 정부가 경찰까지 동원해서 억누르고 있다. 이런 보도까지 나왔죠. 

<기자>

이번 주에 베이징에 있는 중룽국제신탁 사무실에 모여서 항의 방문을 했던 투자자들의 모습입니다.

"내 돈을 돌려달라" 아니면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이라도 해 달라" 수십 명이 모여서 공개 항의를 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는데요.

이후로 중룽국제신탁 건물은 경계가 삼엄해지고 보시는 것처럼 철창이 추가로 설치됐습니다.

그리고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중룽 투자자들의 집을 경찰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공개적인 시위에 나서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블룸버그에서 나왔습니다.

경찰이 아예 이 회사로부터 고객 명단을 넘겨받아서 공개 시위로 번지는 걸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일일이 막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이른바 '그림자 금융' 부문에서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중룽국제신탁은 주로 부동산 부문에 자금을 조달해 주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회사인데요.

지금 최소한 64조 원 이상, 최소한 30여 개의 만기가 지난 투자상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중룽의 대주주인 중즈그룹이 외부 회계법인을 고용해서 부채 구조조정을 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피해 없이 돌려줄 수 있을 만한 유동성을 이 회사가 확보하기는 좀 어려워 보이죠.

<앵커>

상황이 꽤 심각해 보입니다.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이라는 이름은 몇 차례 전해드렸는데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부동산 업체도 부도 위기에 몰렸다고요.

<기자>

잠깐 말씀을 드리기는 했었는데요. 지금 비구이위안과 함께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시노오션, 원양집단이라고도 합니다. 이 회사는 사실 국유기업입니다.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업인데 지금 달러로 발행한 채권의 이자, 우리 돈으로 280억 원 정도의 이자를 내주지 못해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여 있는 겁니다.
 
일단 이 이자를 다음 달 30일, "9월 30일까지는 내줄 테니 기다려달라" 채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사태의 첫 도미노칩이었다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금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상하이 증시에 공시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가, 그런데 중국 정부 집계로는 사실 지난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보다 훨씬 낫습니다.

신축 주택들 가격은 고점을 찍었던 2021년 8월보다 2.4%밖에 안 떨어졌고, 기존 주택들까지 합쳐 봐도 가격이 6%밖에 안 떨어졌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집계가 정확한 건지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들 주변은 적어도 15%, 군소 소도시들 같은 경우에는 집값이 문자 그대로 반토막이 된 곳들도 많다는 얘기가 좀 더 신뢰를 얻습니다.

그리고 정부 집계가 이렇게 실상보다 훨씬 장밋빛이었다 보니까, 이번 사태가 닥치기까지 대처가 잘 될 수 없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2년 전에 CNN이 당시 기준으로 중국에 미분양만 3천만 채, 빈 집은 1억 채에 달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보다 빈 집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빈 집이 1억 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갓난아기까지 모두 두 채씩 가져도 될 정도의 집이 비어있다는 겁니다.

<앵커>

예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회사들이 줄지어 파산하지 않더라도 또 그거는 그거대로 문제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요. 이건 어떤 건가요?

<기자>

질서 있는 파산이라는 표현 혹시 들어보셨나요? 

2년 전에 이미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 역시 굉장히 큰 회사인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헝다도 사실은 아직 파산하지 않았습니다. 느릿느릿하게 여전히 채무 조정 중입니다.

이른바 질서 있는 파산, 중국식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응입니다. 중국이 지금 이 대형 기업들을 그냥 망하게 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사법당국이 채권자들을 집집마다 찾아가면서 불만을 억누르고, 또 세금을 깎아주고, 금리를 낮추고 그야말로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천천히 정리해 나갈 건데요.

지금 중국 정부와 중국 경제의 여력으로 이 부실을 계속 다 끌어안고 간다는 것은 결국 중국을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게 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차라리 위기를 한 번 세게 겪고 효율성을 높이는 모습이 나오기보다 오히려 더 오랜 불황의 늪에 빠질 거란 거죠.

그런데 지난 10년간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출도 활발하지만, 사실 가장 큰 수입국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국이 장기불황의 길을 간다면 설사 이번에 빵 하고 터지는 위기는 모면한다고 해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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