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일하는 부모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이번 시범 사업에 대한 고용노동부 공청회 발언들을 옮깁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저출생 문제의 해법은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라 말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한국에선 부모 둘이서 오롯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버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초미 l 복직 예정 워킹맘
"지금도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고민이 앞섭니다. 504만 원 정도의 평균 소득을 가진 4인 가구가 200만 원 정도 비용을 들여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조차도 200만 원은 부담스러운 돈이거든요. 또 외국인 분들이 (한국 육아 경험 없이) 과연 이론만 가지고 오셨을 때 저희 아이를 잘 돌 볼 수 있을까…"
김고은 l 쌍둥이 육아 워킹맘
"아이와 관련된 일은 (비용이) 비싸다고 안 쓰고 저렴하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돌봄은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실 가장 좋은 건 내가 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단축 근무나 유연 근무를 활성화하는 겁니다. 맞벌이가 일하는 회사에 지원금을 준다거나…"
김진환 l 5살, 7살 자녀 육아 워킹대디
"결국에는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 게 본질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아내가 교사여서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 양육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남편이나 아내의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저출생 문제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서는 아직도 육아와 돌봄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출생률 증가 효과 '?'…돌봄 대상에 미칠 영향 논의는 전무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이 말한 "저출생 시대, 황무지의 작은 낱알"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미 답은 나와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 출생률 꼴찌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국 부모들이 희망하는 건 '아이를 직접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보면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 양육 서비스나 타인의 도움을 지원받는 것보다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노동 시간에 대폭 변화를 지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 연령, 혼인이나 자녀유무, 소득과 학력과 관계없이 일관됐습니다. 반면 민간 돌보미를 원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도입이 "직접 자녀를 돌볼 시간을 늘려달라"는 평범한 시민들의 요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