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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빚 안 갚고 뭐하나 봤더니…'따로 저축 · 투자' 이유는?

<앵커>

친절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좀 근면하고 저축도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이 저축이 더 늘었다고요?

<기자>

한국인들이 빚도 많은데 지난 3년 동안 저축도 꽤 많이 늘었습니다.

생활비를 쓰고 나서 돈이 남으면 그것으로 빚이 있어도 갚지 않고 따로 저축이나 투자를 하려고 할 수 있잖아요.

바로 그런 돈이 코로나 전에는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의 7.1%였다면 이제는 10.7%까지로 커졌다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분들이 우리 집도 그런데 생각하실지 궁금한데요.

이를테면 A 씨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A 씨가 돈을 벌어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다 내고 지금 지고 있는 빚의 이자도 내고 그러고 남는 돈이 코로나 전에는 매달 100만 원이었다고 치면요.

예전에는 평균적으로 7만 1천 원 정도를 예, 적금이나 주식에 투자하려고 빼놨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A 씨가 월급이 올라서 매달 세금, 이자 다 낸 후에도 110만 원이 남게 됩니다.

그러면 전보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저축 여력도 커지겠죠.

그래서 A 씨는 요즘 10.7%인 11만 7천700원을 따로 저축합니다.

이런 식으로 A 씨가 코로나 전의 저축 비율을 유지했으면 모아놓았을 돈보다 더 모은 돈, 이른바 초과 저축액이 국민 전체적으로 101조 원에서 129조 원 사이로 추산된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 소득별 저축 늘어난 정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사실 고소득자들이 빚도 가장 많은데 저축도 코로나 이후에 가장 많이 늘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입니다.

보시면 여기 제일 기다란 분홍색 막대들, 이게 우리나라 상위 40% 소득자들이 코로나 전보다 늘린 저축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딱 가운데 정도 버는 사람, 중소득자들의 저축도 사실 고소득자들에 못지않고요.

저소득자들도 코로나 전에 비해서는 저축을 늘리는 모습이 표에서 나타나고 있죠.

물가가 빠르게 오르다 보니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임금을 그만큼 올려준 회사들이 꽤 있었고요.

특히 IT나 금융 종사자들 소득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고소득자들일수록 돈을 더 잘 벌게 된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빈익빈, 가난하면 더 가난해지는 분위기는 코로나 이후에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2021년 상반기 정도를 제외하고 전 소득군에서 전보다 버는 돈이 늘어난 게 보입니다.

코로나 초기에 저축이 늘어난 것은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쓴 탓이 컸습니다.

여행도 못 갔죠, 모임도 못 했죠, 쓰던 돈을 안 쓰다 보니까 명품 같은 게 더 팔렸다고도 얘기하잖아요?

그러다 지난해쯤부터는 확실히 버는 돈이 늘어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각종 정부 보조금이 늘어난 것도 저소득층에서 소득이 늘어난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앵커>

돈을 더 벌게 된 건 분명 좋은 소식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친절한 경제에서도 몇 번 전해 드렸지만 가계 부채는 또 기록적인 수준 아닙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모은 돈을 이 빚 갚는 데는 안 쓰나 보네요.

<기자>

그게 바로 요즘 한국인들의 저축 특징입니다.

우리도 가계 부채가 약간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요.

하지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 최근 2년 동안 빚을 열심히 갚아서 이렇게까지 가계 부채의 비중을 줄인 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냥 높아진 이자를 부담하면서 가계 부채를 그대로 두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득도 늘고 저축도 늘고 이게 코로나 이후 한동안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인데요.

요새 미국인들은 따로 저축하던 돈을 점점 소비로 돌리고 있고요.

한국인과 유럽인들은 아직 저축을 따박따박하고 있는 편인데 유럽인들은 빚을 많이 갚으면서 저축을 한 반면, 한국인들은 빚을 줄이지 않으면서 저축에 돈을 더 많이 넣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전보다 돈을 더 잘 벌게 된 만큼 높아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는 게 한국은행 연구진의 이야기고요.

이렇게 따로 주머니가 있으면 우리 가계 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에 비해서는 걱정을 너무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 쪽에 조금 더 힘이 실리기는 합니다.

여차 하면 다른 주머니에서 꺼내서 갚을 돈이 있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생활비처럼 써버리는 돈을 위해서 빚을 내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웬만하면 하지 않고, 부동산 대출 같은 게 많은 사회인 데다가 다른 주머니까지 차고 있다는 거죠.

또 앞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동안 잘 늘던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다고 해도 집에 쓸 돈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자가 늘어나는데도 빚을 갚지 않고 따로 주머니를 불리고 있을까?

이게 자칫 주택 시장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대기하면서 금융자산으로 굴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어서요.

금융 시장이 조금 더 안정되도록 유도하려면, 가계 부채가 좀 줄어드는 쪽으로 유도하려면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앵커> 빚은 줄이지 않으면서 저축은 늘린다. 이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또 있을 것 같습니다. 가계 부채 상황 계속 전해 주시죠.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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