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D리포트] 세 번 끌어올린 '의인' 공무원…"아내 생각하며 '어떻게든 살아야지'"

지난 15일 아침 충북 증평군청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 정영석 씨는 쏟아지는 비를 대비하기 위해 급하게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정영석 : 저희 관내에 하수처리장이라든가 우수관로 점검도 그렇고 여러 가지 때문에…]

그리고 8시 35분쯤,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합니다.

[정영석 : 갑자기 물이 막 많이 들어오면서 차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대피하기 위해 차 밖으로 나온 사람들과 나갈 길을 찾아 헤매던 사이, 물은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정영석 : 너무 위험하다 싶어서, 일단은 수영을 하면서 차량을 잡고 지붕 위로 올라갔어요. 여성분이 못 올라오면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말씀하셔 갖고 제가 손을 잡고 제 차 지붕으로 일단 끌어 올렸죠.]

그렇게 구해낸 사람들과 함께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고,

[정영석 : 등하고 전선하고 철제 같은 게 쭉 달려 있더라고요. 마침 또 계속 물이 들어오면서 수위가 올라가니까 그걸 잡을 수 있게 됐어요.]

한 번의 도움을 받은 뒤,

[정영석 : 줄을 잡고 간신히 간신히 끌고 오다 보니까 몸에 기운이 다 빠져서 거기서 수영도 할 수가 없고 그냥 꼬르륵꼬르륵하면서 물속으로 계속 어후적어후적 빠지고 있었어요. 화물차 기사분이 저희가 떠 있는 걸 보고 저를 그분이 꺼내주셨어요.]

다시 사람들을 구해냈습니다.

[정영석 : 저도 숨을 돌리고 나서 다른 여성 두 분을 제가 또 이제 끄집어냈고요.]

스스로 살아나오고, 또 여러 사람을 살려내는 동안 다친 곳도 한두 곳이 아니지만,

[정영석 : 손 쪽하고 얼굴이 좀 많이 긁혀서요. 그쪽에 치료받고 있고 또 물속에 있다가 나오니까 피부병같이 막 이게 올라오더라고요. 정신과 치료 쪽 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그런 걸로 지금 상담받고 진료받고 있습니다.]

함께 나오지 못한 사람들 소식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정영석 : 나와서 알았는데 오시던 남성분 중에 한 분이 못 나오셨어요.]

사고 사흘 후, 수술을 마친 아내를 간호하고 있다는 정영석 씨,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합니다.

[정영석 : 거기를 빠져나오면서 한 100m, 한 80m쯤 갔을 때 너무 힘들어서 '여기서 포기인가' 이러다가, '안 돼, 내가 여기서 죽으면 우리 지금 당장 아내… 아직 새끼도 어린데, 어떻게 하든 살아야지' 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취재 : 민경호 / 영상편집: 변지영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