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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CNN도 "'hagwon' 부담 막중"…학원비 · 가계빚 빼면 '텅텅' 가계

<앵커>

친절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빼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미국 CNN 방송도 이 문제를 상세하게 다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CNN이 내놓은 심층 기사 바로 이겁니다. 

기사 제목이 아예 보시는 것처럼 '한국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도 꼽히는 8시간짜리 시험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려고 한다'입니다.

CNN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사교육에 대해 파헤치는 이 기사에서 교육부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 집중 보도되었던 사교육비 통계도 인용했습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이 2007년 이후로 가장 많은 수준인 인당 한 달 평균 41만 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써서 그 규모가 26조 원에 달했다는 집계입니다.

한국 사교육비가 아이티나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의 국내 총생산에 맞먹는 돈이라고 비교하면서 이런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할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럿 있지만요.

아무튼 외신에서 보나, 우리가 생각했을 때나 뿌리 깊은 학원비 부담이 아이가 있는 가정뿐만 아니라 가족을 꾸리려는 생각을 해보는 젊은이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앵커>

가정에는 아무래도 학원비가 가장 큰 문제겠죠. 학원비가 그런데 코로나 초기와 비교해서 최근에 확 늘어나는 게 수치로도 드러났다고요?

<기자>

일단 코로나 초기부터 보면 초기였던 2020년 1, 2분기, 1월부터 5월까지는 2019년에 비해서 학원비 매출이 무려 14.9%나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학원 매출 데이터를 BC카드 신용금융연구소에서 집계한 결과인데요. 학교 기관들뿐만 아니라 유치원, 유아원 같은 데까지 빼놓고도 이렇게 나타난 겁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학원가도 꽤 큰 타격을 받았던 게 반응된 모습이죠. 

하지만 2021년에는 다시 14.6%가 늘어서 2020년에 축소된 매출을 고스란히 회복하고요.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는 15.5%나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해 1분기까지는 학원들이 한 줄 띄어앉기를 해야 한다든지 이런 부분적인 영업제한이 아직 남아 있을 때거든요.

그런데도 이미 지난해부터 학원비 규모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커지기 시작해서 올해는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요. 코로나 기간에 학교와 학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면서 생긴 이른바 학업 공백을 메우려는 수요도 있겠고요.

2021년과 22년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물가, 그리고 임금도 빠르게 오른편입니다.

임금을 비롯한 물가상승 분위기가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돌아오기 시작한 학원가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겁니다. 전보다 학원비가 비싸진 거죠.

그러다 보니 학생 수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이라고 할 수 있을 때부터 학원가 매출이 늘기 시작해서 이제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5년간을 종합적으로 보면 사교육비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4.4%씩 늘어난 셈입니다.

<앵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또는 수험생 학원비도 그렇지만 요즘에는 유치원 다니는 어린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커지고 있죠. 

<기자>

이번 조사를 보면 유독 30, 40대에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50대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요.

20대는 21년에는 반짝 늘어났지만 그 뒤에는 다시 서서히 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20대는 자기 계발하는 학원비일 가능성이 높고 자녀 교육비는 아니겠죠.

그런데 이제 여성들의 출산 연령이 평균 33세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초등학교에 가지 않은 자녀를 둔 사람이 많은 30대에서도 점점 더 사교육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전체 학원비 쓰는 비중에서 보면 40대가 아직 55.2%나 되고요. 30대는 8.8% 비중 자체가 아직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증가세만은 어떤 연령대보다 두드러진다는 거죠. 사교육비 부담이 시작되는 시기마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1분기에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소득 상위 20%의 가구에서 사교육비만 월평균 114만 3천 원을 썼다는 통계청 집계도 있었습니다.

월 식비와 주거비를 합쳐야 사교육비에 맞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소득 하위 20%에서도 중고등학생이 있는 집은 한 달에 평균 48만 2천 원을 학원비에 쓸 정도로 허리가 휘더라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사교육을 시켜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우리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소비 부진을 지속적으로 꼽습니다.

애들 학원비랑 이자에 짓눌려서 다른 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자녀가 있는 보통 가정에서 흔히 하는 말이죠. 그 말 그대로였습니다. 

사교육비가 가계빚 원리금 상환 부담과 함께 더 여러 곳에 분산되는 게 더 바람직할 가계소득을 기형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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