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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얼마나 있어야 부자?…한미 실제와 생각의 차이 이만큼이나?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어야 부자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것 같은데요.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을 최근에 조사한 게 있다고요?

<기자>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이게 궁금한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조사들을 하는 걸 보면요.

한국인과 미국인 중에서 먼저 미국인들의 생각을 보면, 빚을 빼고 남는 순자산이 220만 달러 정도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치면 28억 6천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나 정도면 부유하지 느끼는 데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이면 충분했습니다.

미국의 증권사 찰스 슈왑이 올해 3월에 21세에서 75세까지 미국인의 연령 분포에 맞춘 비율대로 1천200명의 미국인들에게 물어봐서 이달에 발표한 결과인데요.

"순자산이 28억은 있어야 부자 아닌가?" 대답했던 사람들 중에 48%, 거의 절반 가까이가 나 정도면 부유한 편이라고 느낀다고 대답했고요.

이렇게 대답한 사람들이 가진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평균 56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우리 돈 7억 3천만 원 정도죠.

"부동산 빼고 금융자산만 7억 원 넘게 있으면 당연히 부자지"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와의 경제규모 차이, 한국과 미국과의 경제규모 차이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고요. 이 돈에는 나중에 받을 퇴직금 쌓고 있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미국인들은 퇴직금을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퇴직금 지금까지 얼마나 쌓았는지 우리보다 잘 아는 편이거든요. 그 돈까지 포함해서 대답한 겁니다.

<앵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이 조금 더 궁금하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가져야지 부자라고 느낍니까?

<기자>

최근에 금융자산을 1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부자들끼리는 100억 원 이상 있어야지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거는 앞서 살펴본 연령만 고려해서 무작위로 미국인들에게 물어본 설문조사와는 그 대상자들의 성격 자체가 다르죠.

2020년에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조사를 한 게 있는데요. 한국인들은 46억 5천만 원 정도의 자산이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조사는 자산과 순자산을 딱 구분하지는 않았는데요. 잡코리아가 2천20명에게 물어본 결과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자산이라고 하면 빚을 제한 순자산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니까 최소한 미국인들보다 부자에 대한 기준이 조금 더 높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미국인들의 1인당 국민 소득이 우리나라 딱 2배 수준이고요.

구매력, 물가와 소비 여력을 감안한 소득 지표를 비교해도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43% 정도 더 많이 벌거든요.

그런데 부자의 기준은 우리가 훨씬 높다는 거죠.

또 하나, 답변자의 절반 가까이가 나 정도면 부유한 편이라고 대답했던 미국과 달리 우리 답변자는 1.1%만 나는 부유층이라고 대답했고요.

60% 가까이 스스로 서민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에 소외돼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우리가 훨씬 더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앵커>

그러면 '이 정도면 부자다' 이렇게 생각하는 인식 말고 실제 미국과 한국에서 부자의 자산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기자>

상위 10% 정도면 부자라고 기준을 잡고 보면 일단 우리나라, 지난해 통계청 집계를 기준으로 가구당 순자산이 10억 8천만 원 정도입니다.

미국인 상위 10%의 순자산은 연방준비제도에서 내놓은 2019년 집계가 최신인데요. 가구당 122만 달러, 지금 환율로 15억 9천만 원 정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미국인들과 우리의 구매력 감안한 소득 격차랑 격차가 거의 비슷하죠.

사실 나라끼리 그 경제 규모 차이 나는 수준만큼 물가나 임금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요.

두 나라의 상위 10% 부자들의 순자산 차이도 그 정도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사실은 전반적으로 미국인들만큼 부유하지 않은 우리의 부자의 기준이 훨씬 높을까, '나 정도면 괜찮지' 느끼기가 왜 미국인들보다 훨씬 힘든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요.

역시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지난 몇 년간 폭등한 데서 오는 좌절감이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인들의 자산은 평균 7대 3 정도로 금융자산이 더 많은데 우리는 8대 2 정도로 부동산에 몰려있습니다.

그만큼 집이 비싸고 속된 말로 집으로 다 깔고 앉아 있다고 표현할 정도이니 웬만한 사람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고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폭등으로 자산격차 벌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보니까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죠.

한국인들 부자의 기준이 세계 최고 부자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면에는 그만큼 팍팍한 우리 현실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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