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친절한 경제] 실종 잠수정 타이탄, 6만 원짜리 게임패드로 조종?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대서양에서 실종됐던 타이태닉호를 보려고 출발했던 잠수정에 탄 5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 전해졌죠. 이 잠수정을 운전할 때 쓰는 조종기가 그런데 게임패드였다는 말이 나왔다고요?

<기자>

골든타임으로 추정됐던 어젯(22일)밤까지 수색을 계속했는데 오늘 새벽에 5명 모두 숨진 것 같다는 발표가 있었죠. 폭발로 추정됐고요.

그런데 수면 4km까지 도달해야 하는 이 잠수정을 이런 이른바 게임패드, 보신 적 있죠.

지금 쓰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런 비디오게임 컨트롤러로 작동했을 수 있다는 보도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항해에서 이 게임패드를 썼는지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같은 잠수정이 게임패드로 운전됐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스탁턴 러시/실종 잠수정 제작·운용사 대표 : 이 개폐장치(손잡이)는 캠핑용품 가게에서 산 거고요. 이 게임패드 하나로 이 잠수정을 다 조종하는 거예요.]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호에 4명의 승객들과 함께 직접 타고 있었고요.

이 타이탄호를 만들어서 심해 탐사 관광에 이용해 온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대표 스탁튼 러쉬가 지난 연말에 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의 주말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직접 보여주고 얘기한 겁니다.

리모컨과 마우스로 유명한 회사인 로지텍의 특정 모델을 일부 개조한 제품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거죠.

지금 온라인 쇼핑몰에서 5만 원 후반이나 6만 원 초반에 바로 살 수 있고요.

상품평들을 보면 '게임하려고 샀는데 가끔 작동이 안 된다. 내 컴퓨터 인식을 잘 못 한다' 이런 불만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타이탄호를 이 게임패드의 버튼 2개를 긴 스틱으로 바꿔 단 개조품으로 조종해서 심해탐사를 해왔던 게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무선 게임패드를 개조해서 장비들을 운용하는 게 가능합니까? 이게 게임패드를 이렇게 쓰는 경우가 기존에도 있었나요?

<기자>

의외로 여러 장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테크 업계의 얘기이기는 합니다.

당장 이번에 실종된 잠수정 회사에서 기존에 운영했던 모델도 소니의 플레이스 스테이션3 게임패드를 이용해서 운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선 게임패드들이 여기저기 범용성 있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서 나오다 보니 연결하려는 컴퓨터와 신호만 맞으면 이론적으로는 다 가능하다는 거죠.

심지어 미군이나 몇몇 군대들에서 몇 가지 장비를 운영하는데 개조해서 쓰기도 한다고 이번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가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역시 미 국방부에서 확인해 준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목숨이 달려 있는 장비를 운용하는데 이런 무선패드를 쓴다고 해도 보통 이보다 훨씬 고급 모델, 더 고사양의 모델을 이용하고요.

군대 같은 데에서는 백업 장비, 예비 장비를 꼭 갖추고 쓴다는 겁니다. 그런데 타이탄은 어디로부터도 승인을 받은 적이 없는 시제품 잠수정이었습니다.

4킬로미터 깊이의 심해까지 사람이 타고 내려가는 잠수정이 세계에 딱 5개뿐인데, 그중의 하나가 6만 원짜리 게임패드로 운전하는 시제품이었던 겁니다.

타이태닉호를 직접 들어가서 보는 탐사관광이란 아이디어와 실행력 자체가 그야말로 개척적인 데가 있지만요.

충분히 안전성을 담보했느냐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잠수함 업계에서 지난 2018년에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에 편지를 보내서 그러지 말고 독립된 공인기관에서 점검이라도 한 번 받으라고 권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실험적인 장비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목숨과 직결되는 장비에 객관적인 점검을 받아가며 쓰지 않으면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앵커>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위험해 보이는 이런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걸 익스트림 관광이라고 한다면서요. 이런 관광시장이 그런데 점점 커지고 있습니까?

<기자>

이미 큰 시장이고요. 10년 뒤에는 6천조 원 규모가 될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낙 비싼 체험 상품들이 많다 보니 사실 지금까지 실제 이용해 본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액수로만 따지면 이미 커다란 시장이라는 겁니다.

이번 타이탄호 탐사 관광은 1명당 3억 2천만 원을 냈습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블루 오리진 그리고 다음 주에 우주 관광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버진 갤럭틱 같은 민간 우주 관광 상품들은 수억에서 수십억 원, 수백억 원짜리 상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익스트림 초고위험 관광 상품이죠. 

자기 돈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자기 인생의 체험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요즘 억만장자들이 사회적  책임보다는 이기적인 재미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또 엇갈리는데요.

아무튼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매우 극단적인 부를 축적하는 게 가능해진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점점 극단적인 상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