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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제노역 일당' 5억 원 만든 건 판사 사위" (D리포트)

지난 2014년 봄,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이라 불리며, 범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때 계열사 41곳, 재계 50위 권에 들었던 대주그룹 창업주 허재호 전 회장 이야기입니다.

지난 2007년 500억 원대 탈세, 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듬해 1심부터 집행유예가 나왔고 2010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을 254억 원으로 절반이나 또 깎아주면서, 미납 시 일당은 5억 원으로 두 배 높여 50일간 노역장 유치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2014년 봄, 허 씨가 돈이 없다며 노역장으로 향하면서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은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전형적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이란 비판 속에 각종 의혹이 무성했지만, 그 무렵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사건은 흐지부지 덮였습니다.

9년 여가 흐른 최근 SBS 끝까지판다팀이 그 내막을 알 수 있는 증언들을 확보했습니다.

먼저 SBS가 입수한 지난 1월 통화 녹음 파일에는 허재호 전 회장이 지인에게 2010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나 일당 5억을 만들어준 게 그놈이야.

] 다름 아닌 현재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자신의 사위 김모 판사입니다.

김 판사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당시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장인 A 전 부장판사를 따로 만났고, 이를 통해 노역 일당이 1심의 2배인 5억 원이 됐다는 게 허 씨 주장입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재판장은 11층에 살았어.

김ㅇㅇ(판사)이는 같은 아파트에 있으니까 일당을 5억으로 올려주라 로비를 해가지고, 2억5천에서 고등법원에서 5억이 된 거야.

] 여러 차례 '로비'라는 단어를 쓰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설명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그때 무슨 로비를 했냐면, (1심에서) 자수에 대해서 판결이 반영이 안됐더라, 그래서 네가 (김 판사) 한번 가서 좀 이야기를 해라.

그래서 처음에 고민을 했거든.

너무 일당이 많으니까, 그러다 몇 번 가 가지고 그게 됐어 ] 실제로 해당 판결엔 허 씨가 언급한 자수서가 추가 감경 사유로 반영됐습니다.

허 씨는 최근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자신이 당시 김 판사에게 A 전 부장판사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 (SBS와 통화) : 내가 그것을 뭐냐 하면 김ㅇㅇ(판사)한테 이야기하니까 자기가 그러면은 A 전 부장(판사)을 만날란다고.

당연히 그냥 아래 윗집에 살고 있으니까 그러면 당연히 하죠.

] 허 씨 주장 진위를 따지기 위해 김 판사와 A 전 부장판사가 살았다는 광주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은 대주건설이 시공한 이 아파트를 로비 장소로 지목했습니다.

2심 재판 당시 허 씨의 사위인 김 판사와 재판장은 아파트 몇 층을 사이에 두고 살던 이웃 주민이었습니다.

[ 인근 부동산 : (A 전 부장판사가) 사셔가지고 2007년도인가 입주하셨다가 2016년에 팔았어요.

] 허 씨는 A 전 부장판사가 2007년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올 때 도움을 줬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 (SBS와 통화) : 내 남동생하고 A 전 부장판사가 친구사이예요.

그래서 중간에 소개를 했죠.

바꿔치기를 했을거예요.

(A 전 부장판사가) 그 때 돈이 없다 해서 A 전 부장판사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학동)를 회사에서 매입을 하고 우리는 판매 가격에 (대주 아파트를) A 전 부장판사한테 팔았죠.

그 차액을 아마 받았을 거예요.

] A 전 부장판사가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김 판사 부인을 비롯해 허 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가 아파트를 매입한 걸로 기록돼 있습니다.

대주건설이 시공한 새 아파트로 A 전 부장판사가 이사하면서 기존에 살던 아파트는 허 씨 가족 회사가 사들인 것입니다.

허 씨는 다만 사위 김 판사를 통해서든,아파트 매매 과정에서든 당시 A 전 부장판사에게 금전적 이득을 준 건 없었다고 SBS 취재진에게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4년 황제노역 판결 논란과 함께 문제의 아파트 매매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광주법원장이던 A 전 부장판사는 사표를 냈는데, 대법원은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A 전 부장판사는 취재진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고, 서면 질의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대리인을 통해 "당시 신입 판사였던 자신이 친분관계도 없는 고위 법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지역사회 유력 인사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허 씨가 자신에게 그런 요청을 할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취재 : 이현영 / 영상취재 : 하륭 / 영상편집 : 이승희 / CG : 김한길, 임찬혁, 김문성, 이재준 / VJ : 김준호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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