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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경제, 한국에 선심 쓸 처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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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놓고 우리 사회의 의견대립이 심하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파문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은 '너희가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굴어야 경제적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내왔다. 과연 그럴 만한 상황인지, 중국 경제의 실상을 차분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리오프닝'을 하면 전 세계 경제를 끌어올릴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2023년 상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그런 기대의 장밋빛은 거의 바래버린 상황이다.
 

리오프닝, 하기는 했는데…

제로코로나를 포기한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상 가운데 하나로, 동부 쯔보 시의 바비큐 열풍을 들 수 있다.

중국 동부 쯔보 시의 바비큐 노점 축제 / 출처 : 글로벌타임스 캡처
쯔보는 중국 동부의 작은 공업도시다. 이곳의 숯불 양꼬치 노점들이 지난 3월 리오프닝 분위기를 타고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러자 인근 지역, 나아가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재미와 낭만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덕이겠지만, 1인분에 30위안(5,500원 정도)에 푸짐한 음식을 준다는 점이 중요한 인기 요인으로 알려졌다.

제로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긴 했는데, 가성비 높은 서비스 위주로 쏠리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올해 상반기 경제 관련 데이터는 중국 당국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것과 예상보다 나쁜 것투성이다. 가장 심각한 건 청년실업이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청년실업률 20% 넘었는데... 역대 최대로 쏟아지는 대졸자

중국의 5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 4월에 20.4%로 역대 최고였다고 대서특필되었는데, 연이어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7~9%를 오가는 수준이고, 올해 1분기엔 6.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내용이 건강하지 못한 숫자라는 지적은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

중국 청년실업률은 2018년 4월 10.1%였으니, 4년 만에 두 배를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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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실업률의 증가는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되는 트렌드다. 아래 그래프에 잘 나타난다. 눈에 띄는 건, 전체연령대 실업률은 꾸준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데 (5월 5.2%) 청년실업률만 계속 올라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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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우선, 중국 청년층의 인구가 매우 많다. 2022년 현재 16-24세 인구는 2억 3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까지 2억 5천만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고용 시장에 청년 인구가 계속 대규모로 공급되고 있다. 올여름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올 청년은 1,158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보다 82만 명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갈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 공장에 일손이 부족하지만 도시에서 대학 나온 청년들은 제조업 공장으로 가기 싫어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현상인데, 엄청난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다르다.

출처 : 지난 5월 SBS8 뉴스 정영태 베이징특파원 리포트에서 캡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기업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중국 경제 성장은 둔화 추세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청년들이여, 농촌으로 가라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를 도시에서 감당할 수가 없으니 농촌으로 내려가라는 캠페인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기회 닿을 때마다 농촌의 현대화를 통해 도농 격차를 줄여야 하며, 청년들이 여기에 기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각 성의 공산당 조직도 주석의 뜻에 따라 청년들을 대거 농촌으로 보낼 방안을 내놨다.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보내 현장의 초급 간부 혹은 자원봉사자로서 일하게 할 계획을 내놨다. 장쑤성은 매년 농촌 지역에 최소 2000명의 대졸자를 보낸다는 방침을 밝혔다.

출처 : SBS8 뉴스 5월 5일 자 캡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을 가난으로 몰아넣었던 마오쩌둥의 상산하향(上山下鄕) 캠페인이 연상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년들을 산촌과 농촌으로 보내자는 1968년 상산하향 캠페인의 포스터 / 출처 : 바이두 캡처

도시에서 버티려면 노점을…?

도시생활의 맛을 본 청년들은 그래도 시골로 내려가지 않고 도시에서 버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 동영상 조회수 1억을 넘기며 큰 화제가 되었다. 우한에서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가 폐업해 직장을 잃은 지 석 달째, 25세 청년이 생계를 잇기 위해 주먹밥 노점을 시작했지만 새벽 다섯 시부터 일해도 단속에 쫓겨 다니기만 할 뿐 한 개도 팔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지난 몇 해에 걸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노점상을 억제해 온 지방정부들이 노점 제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상하이시와 저장성 항저우시, 베이징시 등이 노점 허용 방침을 밝혔고, 수출제조업 기지인 광둥성 선전시 또한 그간 도시 미관과 환경 위생 관리를 이유로 전면 금지했던 노점을 특정 지구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점 제한 완화가 3년간의 가혹한 코로나 방역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도시청년 실업률이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나온 절박한 조치라고 본다.
 

갈 길은 먼데 해는 떨어지고… 구조적 한계에 이른 성장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끌고 온 2개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수출과 건설투자라고 할 수 있다. 수출의 주요 대상은 아무래도 구매력이 큰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다. 주요 산업과 부동산, 교통 기반 시설 등의 투자는 상당 부분 정부 주도, 부채기반의 투자였다.

중국은 경제성장이 주춤할 때마다 이 두 가지 동력을 활용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해 왔으나, 지금은 둘 다 여의치 않은 국면이다. 그런 가운데 구조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중국의 수출 감소

중국의 지난달(5월)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중국의 월별 수출은 지난해 10월(-0.3%)부터 2월까지 5개월 연속 줄어들다 지난 3월 14.8% 증가했지만, 4월엔 오름세가 반토막 나더니 결국 5월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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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수출주도 경제인데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아직 주요 선진국 경기가 바닥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중국의 수출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서방국가들의 갈등이 커지면서, 같은 조건이라면 다른 나라로 교역선을 돌릴 방법을 찾는 서방국가들의 시도가 늘어나는 분위기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이 저조한 것은 수출이 잘 안되니 자재나 부품 수입이 줄어든 영향도 있고, 중국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탓도 크다.

수출이 잘 안될 때는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 미국은 그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더 이상 빚을 늘릴 수 없어 지출을 줄이는 '디레버리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내수가 확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내수 확대 먹구름: 빚 때문에 허리띠 졸라매는 중국 경제주체들

중국은 상당히 길 것으로 보이는 디레버리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지난 1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BIS(국제결제은행, the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에 따르면, 중국 비금융부문의 부채는 지난해 9월에 49.9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9월) 295%에 도달했다. 미국이 257%, 유로존 평균이 258%인 것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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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부채를 늘려 이런저런 투자와 경기부양을 해 온 것도 한계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전문가포럼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 시, 자치구 가운데 최소한 17곳이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했으며, 2022년 미상환 차입금이 세수의 120%(중국 정부가 정한 한도)를 넘어섰다. 공무원이나 교사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지자체 소식이 종종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돌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세수 감소가 심해졌는데, 각종 방역조치를 집행하느라 지방정부 지출은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장부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정부도 지방을 도와줄 처지가 못 된다. 이미 지난해 5월, 리커창 당시 총리가 지방정부에 중앙의 재정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중앙재정은 국방비와 의무교육비, 특대형 재난에 대처해야 할 비용을 제외하면 없다"라고, 중국 전역 10만 명의 간부를 상대로 한 화상회의에서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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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도 걱정되는 수준이다. 중국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110%를 찍었다. 이는 미국에서 부동산 부채로 인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 관련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클록워크 그룹의 분석이다.

미국의 가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빚을 갚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뒤 소비와 투자의 여력을 회복했지만, 중국은 이제야 디레버리징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현금을 확보하고, 빚은 갚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지은 아파트단지 앞을 지나는 노점상 / 출처 : 게티이미지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길어질 경우다. 장기화되는 디레버리징은 성장률 저하를 넘어 까딱 잘못하면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맥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1920년대 대공황 이후 디레버리징의 시기가 닥친 45번의 경우 가운데 32번은 금융위기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위험을 모르지 않는 중국 중앙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뇌관을 제거해 금융위기가 터지지는 않도록 하겠지만, 가계와 기업들에게 '디레버리징 마인드셋'이 고착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단한다. 이때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려도 성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가라앉는 중국 경제성장률: 기대 수준 낮췄지만...


202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6% 성장을 실물경제의 중요한 방어선이자, 시진핑 주석이 약속한 전면적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 실현을 위한 최소 성장지표라고 해 왔다. 그나마 예전의 7%에서 기대 수준을 낮춘 것이었다.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면 중국 내부적으로 큰 혼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럴 경우 실업률이 치솟게 되며, 이는 공산당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중국의 성장률은 올 들어 4.5% 수준까지 떨어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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