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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비상구 강제 개방 뿐 아냐…코로나 이후 기내 난동도 증가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거 다시 봐도 아찔한 사건이죠. 지난달 대구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비행기의 문을 승객이 무단으로 열었는데 세계적으로도 이런 예상 밖의 기내 난동이 늘고 있다고요?

<기자>

이번 아시아나 비상문 사건 정도의 일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 보도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렇게 날고 있는 비행기의 문을 여는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서 세계적으로 기내 난동이 빠르게 다시 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참여하는 협력기구인 IATA 국제항공운수협회가 지난주에 연차총회를 열었는데요. 

여기서도 기내 난동이 문제다 얘기가 나온 겁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항공 1천 편당 1.76건 정도의 난동이 발생했다는 게 협회의 집계입니다.

한창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던 2021년에는 1천 편당 1.2건 정도였습니다.

다시 항공여객이 늘면서 항공 편수도 늘었는데 난동의 빈도는 더 늘어난 겁니다.

2021년과 지난해의 항공편수 차이를 감안하면 하루에 거의 2배씩 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같은 IATA 집계에서 세계적으로 기내난동은 평균 1천53건 비행당 1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568건 비행당 1건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 수준에 비해서는 아직 멀었기는 하지만 2020년과 21년에 비해서는 다시 야금야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앵커>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 같은데 유형별로 보면 말썽들이 어떤 종류들이 있습니까?

<기자>

가장 많은 종류는 승무원 지시 불이행입니다. 이게 코로나 기간에는 비행기에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 달라는 승무원의 이야기에 대항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요.

미국에서 일어났던 이 사건도 딱 그런 경우입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발생했던 기내 난동의 4분의 3 정도가 마스크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얘기로는 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 동안은 승무원 지시에 따르지 않은 난동 건수 자체가 좀 줄어드는 추세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승객이 늘고 비행 편수가 늘면서 다시 다양한 이유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기내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다거나,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갈등을 빚는 경우 같은 것들입니다.

이밖에도 승무원이나 주변 승객들에게 욕설 같은 언어폭력을 행사한다거나 기내에서 만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그다음으로 많았던 걸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이런 기내 난동은 당연히 처벌 대상일 텐데, 처벌보다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IATA 협회에서 요구한 건 2014년에 만든 몬트리올 의정서라는데 다 같이 가입하면 예방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겁니다.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은 국적과 상관없이 도착한 나라에서 처벌받게 하고 항공사에 손해배상청구권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협약입니다.

그런데 이 의정서는 비준은 진작에 됐지만 아직 미국, 중국, 일본 같은 주요 나라들이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내 난동이 심각한 범죄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국민의 처분권을 넘기는 문제는 정말 신중히 정할 문제이기는 하니까요.

또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난동 이력이 있는 승객들에 대해서는 따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면서 탑승을 거절하기도 합니다.

비행기 자체의 안전성을 좀 더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이번 비상구 사건이 일어난 기종인 A321 이게 지금 우리나라에 23대가 더 있는데요.

이 기종에 비상구 자동잠금 기능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이 돼서요.

국토부가 이번에 비행기 제작사들이 있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 당국에 운항 중에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열면 경고음이 나오게 하자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승객은 어떤 경우에도 기내에서 난동을 일으켜선 안 되겠죠.

다만, 다시 항공 이용객이 늘고 있는데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 이전보다 여전히 훨씬 비싸지만 서비스의 질이나 환경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공항과 여객기에서 실탄이 발견되는 보안 사고 같은 게 잇따르는가 하면 소비자원에 제기된 항공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벌써 지난해의 서너 배 수준입니다.

항공사도 승객들의 안전, 편의 좀 더 철저히 챙기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혹시나 수익 회복을 고객 안전과 편의에 앞세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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