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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코인 추적'은 블록체인 경제의 순기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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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소유한 가상자산 규모에 국민적 관심이 뜨겁습니다. 김 의원은 5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국민 사과문에서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거나 상속 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가상자산을 매각하라는 당의 권고와 진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과문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 많고, 또 문제가 되는 자금의 액수가 크기 때문이겠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들이 우후죽순처럼 제기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왜 중요한데? - 사고, 팔고, 남은 건 얼마인가

아무래도 이번 일련의 사태를 더 생소하고 복잡하게 느껴지게 하는 건 의혹의 중심에 소위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 계좌며, 거래소며, 이체며 어려우시죠? 그러나 곁가지들을 쳐내고 핵심적인 의혹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프랑스 예술가 고갱의 작품이 생각나는 한 줄입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대금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지금 남은 건 얼마인가.
 

좀 더 설명하면 - '알려지지 않았던 큰돈, 그것도 매우 큰돈'

시작은 5월 5일 조선일보의 보도입니다. 15억 원이라고 재산 신고한 김남국 의원이 알고 보니 2022년 1~2월 '위믹스'라는 코인을 80만여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은 신고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닙니다.

이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액수여서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시세로 따져보니 최대 60억 원대였습니다. '알뜰파'로 알려진 김 의원이 알고 보니 '코인 큰손'이었다는 점도 뉴스지만, 막대한 액수의 코인이 공교롭게도 대선(3월 9일)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트레블 룰'이라고 부릅니다)를 실시(3월 25일)하기 전인 2월 말~3월 초에 모두 인출됐다는 점이 쟁점이 됐습니다.

가상자산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정보와 내역을 거래소가 다 소상히 기록,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트레블 룰'이 시행되기 직전에 막대한 액수의 금액이 빠져나갔고, 마침 대선도 맞물려 있었던 시기였다는 건데, 김 의원 본인은 이 보도를 저격하며 "일부에서 마치 특정 시기에 가상자산을 대거 인출해 현금화한 뒤 마치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처럼 터무니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다"고 밝혔지요.

그러면서 (1) 실물 현금으로 인출한 건 ATM에서 440만 원 뽑아서 쓴 게 다다(대선 자금 아니다) (2)코인은 2021년 1~2월에 갖고 있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대금으로 샀다 (3) 현재 기준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9억 1천여 만 원 수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회의원이면 코인하면 안 되냐'와 같은 이른바 '자격 논란'이 될 뻔한 이슈를 다시 김 의원 개인 의혹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었습니다. 해명 과정에서 '입증 자료'로 자신의 증권과 예금, 가상자산 계좌 이체 내역을 캡처해 공개했는데,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걸음 더 – 디지털 장부에 기록되는 코인 거래

모든 코인 거래는 디지털 장부에 기록됩니다. 이것이 블록체인 거래의 특징이자 본질입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장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조작이나 은닉이 쉽지 않습니다. 유통되는 코인마다 각자의 '블록'이 생성되는 체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코인을 사고파는 내역이 적힌 장부에 지갑의 주인이 정확히 누구고 또 무슨 목적으로 이체하는지 등은 장부만 보고 확인할 수 없지만, 어떤 계좌(지갑)가 얼마만큼을 언제 다른 계좌와 거래했는지는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인 거래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특정 계좌가 막대한 규모의 매수와 매도를 거듭하며 코인시장의 시세를 변동시킬 때마다 거래 내역을 추적해 계좌 주인이 누군지 추리하는 것에도 익숙합니다. 이런 추적 방식에 따라 이른바 '큰손'들의 계좌가 특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남국 의원 해명 오히려 의문 증폭 김남국 의원이 제출한 실명 거래 확인서
김 의원의 경우 실명으로 투명한 거래를 했다는 본인의 입장을 입증하기 위해 '거래소 실명 인증 확인서'를 여러 장 제출했는데요. 이 가운데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립'이라는 가상자산 보관 지갑에 가입한 일시와 보유하고 있는 이름을 가린 3종의 코인 예치 금액 화면을 캡처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보가 관건이었습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와 온라인 코인 전문매체 '디지털애셋' 등은 통상 새로 가상자산 계좌(지갑)에 가입하면 무상으로 제공하는 소액의 가상자산이나 NFT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웰컴 드링크'나 '웰컴 쿠폰' 같은 건데요. 이 역시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이 됩니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의 계좌가 모두 기록됩니다.

김 의원의 계좌 개설 시점인 1월 20일에 이런 '웰컴 자산' 거래가 발생한 내역을 추출해 보니 1,310개의 계좌가 발견되었고, 여기서 김 의원이 함께 제시한, 이름을 가린 3종의 코인 자산에서 단 1원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금액을 보유한 계좌를 단 하나(!) 특정했다고 합니다. 김 의원 본인이 제공한 '힌트'가 아니었으면 특정이 쉽지 않았을 역추적의 결과인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계좌의 이전 거래 내역을 따져보니 당초 알려졌던 80만여 개를 훨씬 넘어서서, 당시 시가 기준 최대 100억 원대에 이르는 127만여 개의 위믹스 코인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김 의원은 해당 계좌의 진위 여부와 추가로 발견된 코인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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