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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괜찮은 보통 일자리' 넉 달째 사라진다…30∼54세 남성 취약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4일)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무인 카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요새 되게 많이 늘어난 게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모두 주인이 없이, 가게의 주인 없이 운영되는 무인 카페들이죠.

<기자>

사람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카페, 또 무인 24시간 세탁소, 또 슈퍼 같은 곳들 전 같으면 사람 판매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키오스크만 있는 자리들이죠.

이런 판매원 일자리들을 비롯해서 제조공장에서 조립이나 기계의 조작을 맡은 근로자들의 일자리 같은 것들이 최근 넉 달째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일자리들을 중숙련 일자리라고 부릅니다.

사무직에서는 매뉴얼이 있는 대로의 연락을 맡는다거나 문서를 엑셀로 정리하는 것 같은 단순 사무 위주의 자리도 포함됩니다.

아주 고도의 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든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어느 정도 배우고 익히고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잘 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주말에 최근 경제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런 중숙련 일자리가 지난달에만 1년 전에 비해서 10만 자리 이상 사라진 걸로 집계됐습니다. 넉 달째입니다.

대표적인 중숙련 직업군으로 꼽히는 판매직, 또 기계 조작이나 조립 종사자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중숙련 일자리에 속하는 직업이 사실상 일자리 중에 가장 많고요.

비교적 탄탄하고 안정적인 일, 소득도 어느 정도 이상은 되는 일이 많은데요. 그런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아예 전문직 아니면 단순 용역이나 경비, 청소 같은 일, 그러니까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임금은 적게 주는 이른바 저숙련 일자리들만 최근 들어서 계속 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앵커>

권 기자 말대로 일단 경험과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한 중숙련 일자리는 줄어들고 저숙련 일자리가 반면에 늘어나는 건데,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일단은 최근에 그만큼 우리 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면이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일자리를 역시 기계, 로봇, AI가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전문직의 정의도 많이 달라질 거란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요.

일단은 틀에 박히지 않은, 비교적 반복적이지 않고 창의성이나 그때그때 책임지는 판단을 요구하는 전문 직업들은 아직은 기계로 대체하기 힘듭니다.

반대로 아예 저임금 저숙련 몸을 많이 쓰는 일자리도 생각보다 기계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더 비싸고 관리자도 필요하고, 이른바 루틴화 반복이 어려운 부분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 같으면 사람이 했을 일인데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고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일들, 이런 일들의 경우에는 저울질해 봤더니 자동화 비용이 덜 들 것 같으면 자동화 쪽으로 바꾸는 경우가 소리 없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당장은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수출이 워낙 좋지 않고 제조업이 침체돼 있는 게 중숙련 일자리가 최근 넉 달째 줄어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그리고 이어진 경기침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일자리인 중숙련 일자리의 기반을 로봇과 컴퓨터가 구조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중숙련 일자리라는 게 일을 한창 해야 될 나이, 또 가족들을 좀 부양해야 될 그런 나이인 청년, 장년층에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핵심 노동 연령층을 30~54세까지로 보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남성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해 온 일자리들이 장기적으로 조금씩 줄어들어 왔고요.

그 이유는 역시 기술 진부의 영향이 크다고 한국은행도 몇 년 전에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핵심 노동 연령층 남성들 중에 중숙련 근로자가 많은 겁니다.

여성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전보다 임금 근로자의 비중 자체가 늘다 보니까요.

상대적으로 괜찮은 남성 일자리의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들도 물론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직업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갈 곳은 줄어들고 일자리가 양극화, 아예 고도의 전문직이 아니면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나뉘는 모습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코로나가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시켰고,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고 비교적 질도 좋은 중숙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큰 과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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