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병이 또 '1급비밀' 유출?…미국, 기밀취급체제 정비 불가피할 듯

사병이 또 '1급비밀' 유출?…미국, 기밀취급체제 정비 불가피할 듯
세계 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정부의 1급 기밀 유출 사건이 미군 계급상 두 번째로 낮은 어느 '일병'의 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비밀취급 시스템에 강한 의문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특히 수년 전 비슷한 문제를 겪고도 또다시 '사병의 최고 기밀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법무부는 13일(현지시간) 정부 기밀 문건을 빼돌려 유포한 피의자 신분을 '주방위군의 공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라며 그를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21살의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단 소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영국, 이스라엘 한국에 이르는 전 세계 곳곳에 후폭풍을 몰고 온 기밀 정보를 온라인에 흘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인 젊은이가 정부의 가장 중요하고도 내밀한 정보에 액세스 한 것도 모자라 이를 외부에 전파하기까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번 사태에 미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투부대의 젊은 소대장 등을 거론하며 "높은 수준의 보안 인가 등 때론 중대 수준의 책임을 가진 젊은 군인을 신뢰하는 게 군의 본질"이라고 변호했습니다.

기밀 접근 권한 판단에 있어서 '계급' 보다는 '직무'와의 연관성에 더 방점을 둔다고 해석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교보다 복무 의식과 관련한 교육을 덜 받게 되는 사병이 1급 비밀을 취급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엔 1급(TOP SECRET), 2급(SECRET), 3급(CONFIDENTIAL)으로 나눠진 비밀을 취급할 때 엄격히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특정 계급 이하에 대해선 최고 등급 기밀에 접근하는 것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비록 군 정보부 소속일지라도, 특히 유출 시 전면전과 같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1급 비밀(TOP SECRET)은 최고위급 장교나 특별한 직무과정을 이수한 군 관계자들만이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사회적 통념입니다.

예외적으로 사병이 1급 비밀에 닿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규제하에 취급되고, 외부 반출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게 아니겠느냐는 건 상식입니다.

더구나 미군은 사병에 의한 기밀 누출 파문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미 해군 범죄수사대(NCIS)는 51쪽 분량의 기밀 서류를 외국 정부 기관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비밀 요원에게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브라이언 민규 마틴을 체포했습니다.

당시 해군 상병(사건 이후 불명예 전역)이었던 마틴은 돈을 받고 3쪽 분량의 1급 비밀 서류와 49쪽의 2급 비밀 서류를 팔려고 했습니다.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마틴 전 상병은 국방부 내 1급 비밀 전산망 및 2급 비밀 전산망 접근 인가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FBI 비밀 요원에게 자랑했다고 NCIS는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입양돼 미국에서 자란 그는 이후 군사법원에서 34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이보다 앞서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서 아프가니스탄 전 기밀 문건 등 대량의 자료를 위키리크스로 빼돌린 브래들리 매닝 역시 육군 일병이었습니다.

일련의 사태 이후 기밀 정보에 대한 내부자 접근권 축소 등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은 미군은 유사 사건 재발로 거센 질타와 함께 취급 시스템의 전면 검토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CNN은 이번 기밀문건 유출 파문 후 미군 당국이 군의 1급 비밀에 대한 일일정보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하는 등 1급 비밀에 대한 접근권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군이 추가적인 무단 유출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