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워라밸과 월급,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MZ들의 선택은

노트북 컴퓨터 업무 회사원 (사진=픽사베이)
이제 갓 두 돌 지난 아기를 키우는 동료와 '둘째는 재앙'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상추처럼 쑥쑥 크는 아이는 예쁘지만, 맞벌이 부부 오롯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매일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아 조부모 찬스를 쓸 수 있을지라도 내 아이 양육을 늙어가는 부모에게 떠맡기는 상황 역시 다행스럽기만 한 건 아닙니다.

출생률이 바닥을 치는 상황 속 모두가 알다시피 초혼과 초산 연령도 점차 늦어지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제 주변에는 출산을 했거나, 출산을 고민 중이거나, 출산하지 않기로 택한 또래 여성들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존재합니다. 출산을 하고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에 놓이는 상황과 여전히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 더 짊어지게 하는 점도 출산을 망설이게 되는 요인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다들 돌봄 테트리스를 위한 '시간'이 한국인들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언제까지 꿈이어야 하나

뉴스딱 03. 파격적 육아휴직 장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일하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목표가 된 사회는 좀 이상합니다.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들'의 서사 속엔 슈퍼우먼이 된 여성 혹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비혼을 택해 일에 '몰빵'한 여성들의 신화만 등장할 뿐, 평범하게 일과 가정을 잘 꾸렸더니 직장에서도 인정받더라는 해피엔딩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1인분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좌절하는 엄마들이, 결국 돌봄의 공백과 자신의 꿈 사이를 저울질 하다 커리어를 내려놓는 현실. 이것이 '2023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MZ세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

뉴스딱 03. '직장 내 괴롭힘' 만연

워라밸은 그래서 선택이 아닌 최소한의 일상을 위한 필수 조건일지도 모릅니다. 정부 관료들이 부쩍 많이 소환하는 MZ세대들에게 어떤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30대 8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36.7%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꼽았습니다. 월급과 성과 보상체계는 29.6%, 정년 보장 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은 16.3% 순이었네요. 결론은 회사에 머무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월급과 워라밸,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워라밸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주 32시간제 도입하고, 격주 주 4일제…우리에게 필요한 한 걸음

(사진=연합뉴스)

실제 워라밸을 실현한 기업들에 다니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꽤나 높았습니다. 주 32시간제를 도입한 배달의민족은 자율성과 업무 집중도를 높여 '일가정 양립'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 4.5일제인 셈인데, 팀마다 다르지만 월요일 늦은 오후 출근하거나 금요일은 오전만 근무하는 식이라네요. 전례 없던 '4조 2교대를' 도입한 유한킴벌리 역시 시차 출퇴근제와 격주 주4일제를 안착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남성 직원들도 쓰는 분위기인가요?"라고 묻는 기자의 선입견 가득한 질문에, 아이 등원을 전담하고 있는 남직원 사례를 아무렇지 않게 줄줄이 읊는 담당자의 답변은 괜히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역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요. '주 69시간 논의' 속 이렇게 워라밸을 '사수'하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취재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래, 길게 일해야 성과가 나는 줄 아는 통념에 대한 당연한 질문과 함께요. 물론 그 기업들이라고 시행착오나 고민이 없진 않았을 겁니다. 중요한 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과로에 길들여진 우리 앞에 작은 오솔길이 났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덜 일해도 괜찮은 세상'을 위해 내딛는 한 걸음 아닐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