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친절한 경제] 무너진 미 16위 은행, 돈 못 빼는 첨단기업들…우리 경제 파장은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1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은행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거 우리나라에는 괜찮은 건가? 나쁜 영향 주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셨을 것 같은데, 오늘 관련된 소식들 좀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 실리콘밸리 은행이라는 게 꽤 규모가 큰 은행이라고요?

<기자>

올해로 40년째 영업해 온 은행이었고요. 5천 개 정도의 은행이 있는 미국에서도 16번째로 컸습니다.

실리콘밸리라는 은행 이름만 들어도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 미국의 그 실리콘밸리, 첨단기술 산업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벤처들과 주로 거래하는 지역 은행으로 시작해서 세계 곳곳에 진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보통 예금자들이 아니라 첨단기술 회사들, 창업자들에게 특화된 은행입니다.

미국 생명공학 벤처의 절반이 이 은행과 거래를 할 정도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워싱턴 뮤추얼이란 저축은행이 파산한 적 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정도 규모의 미국 은행이 파산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앵커>

저렇게만 들으면 뭔가 좀 무서워요, 솔직히. 그러면 저렇게 큰 은행이 갑자기 왜 파산한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갑작스러운 고금리 환경 속에서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 실패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미국 정부가 상상 이상의 방대한 돈을 풀었죠. 시중에 흘러넘치던 그 돈이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 회사들로도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은행도 최근 5년 동안 급격하게 돈이 많아졌습니다. 은행이 굴리는 돈이 5년 만에 4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이 은행은 갑자기 늘어난 많은 돈을 장기 채권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죠.

그러면 훨씬 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새로운 채권들이 나오게 되니까, 기존 채권들의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잔뜩 사둔 채권들도 그랬습니다. 이 은행의 자산가치가 빠르게 줄어든 거죠.

그런 데다가 금리는 오르고, 시중의 돈이 마르니까 웬만한 기술에도 잘 들어오던 투자금이 이번에는 썰물처럼 실리콘밸리를 빠져나갑니다.

투자가 끊기니까 그동안 이 은행에 벌어 놓은 돈을 맡겨놨던 스타트업들이 자기네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겠죠.

그런데 이 은행은 채권에 크게 투자하느라 정작 고객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할 때 바로 내줄 수 있는 예치금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뚝 떨어져 있던 보유채권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이런 사실을 세상에 밝힌 게 지난주 수요일입니다.

거의 2조 원 가까이 손실을 보면서 채권을 팔았다. 당황한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주가도 60% 이상 폭락합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은 내줄 돈이 더더욱 없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해서 파산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게 이제 우리에게도 영향을 분명히 미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국민연금이 이 은행의 모회사 SVB 파이낸셜 그룹의 주식을 10만 주 좀 넘게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억 원 정도 되는 돈이었는데, 지금은 거래정지 상태입니다.

그리고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이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놨던 곳들이 적잖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은행 예금 보호가 우리 돈으로 3억 2천만 원 정도까지 됩니다.

이 액수를 초과한 예금에 대해서는 아직 얼마나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외에 당장 우리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걸로 봅니다.

한국의 은행들과 거래하던 은행이 아니고요. 전 세계에 진출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지점이 없습니다.

미국 안에서도 가장 큰 은행들, 우리나라의 4대 은행 같은 은행들은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이 아침부터 알려진 지난주 금요일에도 별로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도 큰 편이지만요. 가장 큰 은행들만큼 규제를 받는 은행은 아니었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훨씬 안전하게 자산을 분산돼 있고, 예금자들에게 내줄 돈도 넉넉히 갖고 있다는 게 지금까지의 분위기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규모가 비슷한 미국 은행들, 자산과 예치금이 130조에서 300조 원 사이인 은행들은 규제에 좀 느슨한 점이 있었다는 게 이번에 드러난 겁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전 세계 금융당국이 주말에 일제히 상황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갑자기 보인 것 같은 취약성이 이 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은행에서 또 터질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고요.

만약에 이런 타격이 이어지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거죠.

당장은 오늘 우리 주식시장부터 충격이 클 겁니다. 계속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