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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러-우 전쟁 1년, 쪼개진 세계…그 사이 '새우등' 한국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4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1년이 되는 그런 날입니다. 1년 동안도 참 뭐 전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많은 안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전쟁이 당장 끝날 것 같지는 않잖아요. 앞으로도 또 걱정입니다.

<기자>

네. 그렇죠. 좀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올해 안에 이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희망은 현재로서는 소수에 속합니다.

러-우 전쟁이 계속 장기화되면 앞으로도 크게 경제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물가, 그리고 위축되고 꼬여버리는 무역입니다.

에너지는 다 바깥에서 수입하고, 수출에 기대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둘 다 걱정되는 악재들입니다.

첫 번째 우리가 요즘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들면서 온몸으로 체감한 물가급등의 공포 앞으로도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처럼 급등하는 일은 없어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런저런 가격들이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난방할 때 쓰는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2년 전의 무려 3.5배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건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지난해 세계적으로 가스값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스요금을 겨울이 오기 전에 네 번에 걸쳐서 38% 올려놔야 했고요. 그 요금인상만으로도 올해 감당하기 힘든 난방비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에는 천연가스 요금이 좀 떨어졌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게 그나마 하늘이 좀 도왔다고 해야 할지 예상 못한 변수가 하나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올겨울에 유럽이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그러면서 겨울이 오기 전에 급하게 천연가스를 끌어모아 쟁였던, 사재기했던  유럽에 천연가스 재고가 많이 남은 바람에 가격이 이번에는 급격히 전쟁 이전의 평시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이제 겨울도 끝나가고요. 유럽 나라들이 러시아를 제외하고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지금 2분기 뒤로 미뤄둔 우리 가스요금 추가 인상안도 좀 여유를 갖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에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했던 러시아를 배제하고도 전 세계 가스가격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불안 요소는 계속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올겨울은 너무 따뜻했고, 다가올 겨울이 여전히 시험대로 남아있다고 경고한 상태입니다.

천연가스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기름값도 지금은 다소 진정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립니다.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큰 겁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일대가 세계의 곡창지대라는 걸 우리까지 모두 알게 됐죠.

지난해 여름부터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재개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출이 원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는 곡물량이 계속 들쭉날쭉한 형태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빵값, 비료값, 이런저런 식재료값들이 오를 뿐만 아니라, 당장 취약한 나라들은 식량난을 걱정해야 하고요.

글로벌 위기 때마다 그랬듯이 약한 고리로부터 시작돼서 번지는 경제 위기 가능성을 다들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해야 합니다.

<앵커>

가스값, 기름값, 곡물 지난 1년 동안 들었던 단어들이 여전히 또 등장을 하네요. 그런데 또 하나 짚어봐야 될 게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우크라이나, 그다음에 중국과 러시아 이렇게 대결 구도가 좀 강해지는 그러한 양상이 좀 있잖아요. 이런 국제사회의 긴장 관계가 강해지는 이런 구도가 무역 구도에도 영향을 좀 미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죠.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죠. '프랜드쇼어링'이라는 말 요새 좀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친구와만 무역한다는 겁니다. 친구나라에만 공장을 짓고, 친구나라와만 공급망을 구축합니다.

세계가 경제적으로 둘로 쪼개졌다고도 표현합니다.

미국 대 러시아, 또 미국 대 중국,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동맹하고, 중국을 제외한 미국 중심의 태평양 경제권이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양쪽과 모두 이해관계를 끊을 수 없는 작은 수출강국은 줄타기하기가 너무 힘든 구도입니다.

IMF는 이런 양분 구도가 심해지면 세계적으로 GDP가 7%까지도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계 성장이 이렇게 위축되고, 자유무역도 위축되면서 지금까지도 11개월 연속된 우리 무역 적자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이중고, 지난해에는 그 첫 충격이 왔다면 올해는 버티는 시간의 피로감이 긴 한 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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