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보다 비싼 등유…에너지 취약계층 닥칠 한파
![등유](http://img.sbs.co.kr/newimg/news/20221111/201719502_1280.jpg)
기자가 찾아간 날은 그나마 날이 포근한 편이었지만, 김 씨는 곧 닥칠 한파가 공포 수준으로 두렵다고 했습니다. 바닥엔 이불을 다섯 겹이나 깔았고, 좁은 방 안엔 언제든 껴입을 수 있도록 패딩을 줄줄이 걸어둔 김 씨의 방. 세수는 가스불로 물을 데워서 해결하고, 혹여 보일러가 얼면 목돈이 들어갈까 얼지 않을 정도로 틀어야 하는 상황. 최소한의 난방을 위한 등유 한 드럼 값이 34만 원. 이것이 에너지 취약계층 김정석 씨가 마주한 현실이었습니다.
물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바우처 형태로 에너지 취약계층 가구당 평균 18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폭등한 에너지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과 쪽방촌 거주자, 기초생활수급자일수록 소득 대비 난방 비용이 높은 편이어서 이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절실합니다. 영국의 경우, 석유와 가스회사로부터 횡재세를 걷고, 그 세금으로 최빈곤층 800만 가구에 각 650파운드(102만 원) 상당의 일회성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내년도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을 올해보다 30만 명 정도 축소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지요. 진정한 '약자 복지'가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보일러](http://img.sbs.co.kr/newimg/news/20221111/201719505_1280.jpg)
'보일러를 마음껏 틀 수 없다는 것', '집 안의 공기가 바깥보다 추울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솔직히 깊숙이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평생을 도시에서 나고 자라 아파트에서 살아온 저에게 기름보일러 떼는 사람들의 고충은 사실 먼 얘기였습니다. 부끄럽지만 자동차 주유비가 오르는 것이 에너지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보다 더 눈이 가는 뉴스이기도 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떨어지고 등윳값은 오르고 있다는 평면적인 뉴스 뒤에는 그동안 잘 듣지 못했던 에너지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 조그만 방 한 달 난방비가 34만 원인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김정석 씨의 얘기를 꼭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유류세 인하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줬던 휘발유와 달리 그보다 값이 더 비싸진 등유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