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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든 ‘우연의 순간들’ 《책과 우연들》 - 김초엽 [북적북적]

이야기를 만든 ‘우연의 순간들’ 《책과 우연들》 - 김초엽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58 : 이야기를 만든 ‘우연의 순간들’ 《책과 우연들》 – 김초엽

다 아는 재료인데 굉장한 맛을 내는 음식을 먹을 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지? 비법이 뭘까?’ 생각하게 된다. 예상과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영화를 볼 때도,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생각이 생겨나나’ 하게 된다.  
소설도 마찬가지. 오로지 글로- 화면도, 소리도 없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 독자에게 마치 눈에 보이고 옆에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걸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싶어진다.  

오늘 북적북적에서 소개하는 작가야말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김초엽 작가는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후,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이어 『지구 끝의 온실』,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 『므레모사』,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를 연달아 펴냈다. 그 사이 사이, 공저 작품까지 쉬지 않고 나왔으니, 독자로서는 잇따라 나오는 신작을 기대하고 읽는 기쁨이 어느 때보다 크다. 동시에, ‘이 작가는 어딘가에 샘솟는 창작의 샘물을 숨겨둔 것 아닐까’ 몹시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책이 나왔다.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 그렇다. 김초엽 작가의 책이 ‘또’ 나왔고(독자들에게는 ‘야호!’), 이번엔 에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다 써버렸어. 내가 쓸 수 있는 글도 다 써버렸어. 이제 밑천이 바닥난 거야.  
김초엽, 『책과 우연들』中 
 
김초엽 작가가 쓴 말이라고? 그렇게 많은 작품을 단기간에 쉼 없이 낸 작가인데? 물론 그동안 많은 소설가들이 말해왔다. 첫 소설은 어떻게든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김초엽 작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알고 있는 걸 다 써버렸다’고 느낀 그 시점에 그가 찾아낸 돌파구는 뭔가를 계속 채워보는 것이었다. ‘상상력과 지식은 별개가 아니’고, 지식이 상상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그렇게 펼친 다양한 책은, 작가에게 이야기의 실마리를 쥐어 줬고, 그렇게 찾아낸 여러 실마리를 자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직조해 ‘요리하듯, 집을 짓듯’,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이 책에서 김초엽 작가는, 앞서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자신의 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를, 이렇게 다 알려줘도 되나 싶을 만큼 소상히, 소탈하게 설명한다. 영화 개봉 뒤 감독과 출연진의 진솔한 설명을 듣는 코멘터리 필름 느낌이랄까. 
 
그 책들은 언제나 우연성을 가득 품고 있어서 나의 좁은 세계에 작고 큰 균열을 낸다. 
김초엽, 『책과 우연들』中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결코 읽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길도 주지 않았던 책을 우연히 펼쳐드는 순간이 있다. 투덜거리며, 의심을 가득 품고,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나를 가장 기이하고 반짝이는 세상으로 데려가고는 했다.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누군가의 빛나는 창의력을 흠모하는 독자라면, 읽고 있는 책에서 꼬리를 물고 다음 읽을 책을 탐색하는 독자라면, 이 책 『책과 우연들』이 우리를 데려가는 ‘기이하고 반짝이는 세상’, ‘나의 세계에 내는 작고 큰 균열’을 놓칠 수 없다. (팟캐스트<골라듣는 뉴스룸> 북적북적 358회에서는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 「책과 우연들」의 일부를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작가는 또 ‘쓰는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독자에게도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면 기쁘겠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본 이들에게,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했다.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알맹이일 것이다. 쓰는 사람이 아니어도, 책에 관한 책에 열광하는 독자가 아니어도, 무엇이 됐든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는 책이고, 용기와 영감이야말로 우리가 늘 찾아헤매는 것 아닌가.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살면서 예기치 못하게 만나는 책들이 우리의 세계를 전보다 더 흥미롭고 복잡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썼다. 북적북적도 이런 얘기치 못한 만남의 작은 통로이길 바란다. 김초엽 작가의 얼굴 일러스트가 영롱영롱, 초롱초롱하게 그려진 이 책이 주는 ‘우연’으로 우리의 세계는 조금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낭독을 허락해주신 출판사 ‘열림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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