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우당, '히틀러 찬양' 총선 후보자 자격 정지

이탈리아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총선 후보자가 과거 독일 나치 정권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Fdl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칠리아 아그리젠토 지역위원장인 칼로게로 피사노의 당원 자격을 즉각 정지하고 당 감독위원회를 열어 징계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Fdl은 "지금, 이 순간부터 피사노는 더는 어떤 차원에서도 Fdl을 대표하지 않으며, Fdl 로고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피사노는 2014년 페이스북 계정에 히틀러를 "위대한 정치가"라고 찬양하는 글을 올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라 레푸블리카'는 또 피사노가 같은 해 페이스북 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한 내용도 찾아냈습니다.

피사노는 2016년에는 Fdl 대표이자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에 대해 "현대판 파시스트"라고 일컬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유대인 사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로마의 유대인 지역사회 회장인 루스 두레겔로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람이 의회에 앉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도 좌파 정당인 민주당의 부대표인 페페 프로벤자노는 "깊은 뿌리는 절대 얼지 않는다"고 트위터에 쓰며 Fdl의 이념적 뿌리가 파시스트라는 점을 우회 지적했습니다.

Fdl의 멜로니 대표는 15세의 나이에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MSI는 1946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로,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했습니다.

멜로니 대표에게 무솔리니 계보를 잇는다는 뜻에서 '네오 파시스트'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입니다.

멜로니는 최근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단언했지만 MSI가 사용한 삼색 불꽃 로고를 Fdl 로고에서도 계속 사용하는 등 파시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피사노는 "몇 년 전, 매우 잘못된 글을 썼고, 부끄러워서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며 "'라 레푸블리카'가 어떻게 게시물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해명했습니다.

하편, 이탈리아에선 오는 25일 조기 총선이 치러집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Fdl은 25.1%의 득표율로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판세가 이어져 Fdl이 1당을 차지하고, Fdl이 포함된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으로 정부를 구성할 경우 차기 총리는 멜로니의 차지가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