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발견 때마다 심장이 덜컥"…'폭우 실종 한 달' 노부부 가족

"남한강에서 주검이 발견됐다는 말만 들어도 부모님이 아닐까 싶어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습니다."

지난달 9일 집중호우 당시 강원 원주 부론면 노림리 섬강 지류에서 실종된 한 모(82)·윤 모 씨(78)의 자녀들은 부모님 없이 맞는 올해 추석이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부모 실종 이후 한 달 가까이 제대로 잠 한 번 못 잤다고 합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찾아오면서 그나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며 지켜봐 온 수색작업도 일시 중단됐습니다.

한 달 가까이 섬강과 남한강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온 소방대원들이 태풍 대응을 위해 비상 근무에 배치돼야 했기 때문입니다.

우려대로 태풍이 지나가면서 뿌리고 간 막대한 비에 섬강·남한강 수위는 다시 상승했고 부모의 실종 추정 지점도 물에 잠겼습니다.

실종 노부부의 3녀 1남 중 막내아들 한 모 씨(45)는 오늘(7일) "태풍으로 '수색을 일시 중단해야 할 것 같다'는 소방당국의 조심스러운 말씀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한 씨는 오히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부터 수색을 재개하겠다고 하시기에 연휴를 다 끝내시고 13일부터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들 한 씨는 "부모님 없이 맞는 첫 추석이라 실감이 나지 않을 뿐더러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년만 해도 추석이면 세 분 누님까지 합류해 음식을 만들며 평범한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는 그런 평범한 추석이 너무 그립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들 한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내주 수색 재개 시 수중 음파 탐지 장치인 '소나'(Sonar)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동식 양봉업을 하시는 부모를 위해 한 씨가 화물차를 개조한 만든 '트럭캠퍼' 안에 부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 씨는 "얼마 전 음향탐지 장비로 수중에서 발견한 물체가 비록 일반 컨테이너로 확인됐지만, 지금으로선 트럭캠퍼 안에 온전히 계시기만을 기도할 뿐"이라며 "한편으로 주검 발견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 부모가 아닐까 싶어 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실종 노부부 수색에는 연인원 6천여 명과 장비 2천400여 대가 투입돼 보트 수색과 더불어 드론을 활용한 항공 수색, 대대적인 도보 수색을 펼쳤습니다.

실종 노부부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오는 13일 재개됩니다.

노부부는 이동 양봉업을 위해 부론면 노림리 섬강 지류 인근 농지에서 생활하다가 지난달 9일 오전 3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로 인해 둑이 터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