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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최악 폭염 중국, 왜 인공강우로 해결 못하나

인공강우 기술로도 쓰촨 폭염에 효과 못 보는 이유는

[월드리포트] 최악 폭염 중국, 왜 인공강우로 해결 못하나
중국은 인공강우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나라 중의 하나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실험실이 아닌 실외에서 실시된 세계 최초의 인공강우 실험은 1946년 미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도 1958년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이나 중국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은 연구도 연구지만, 실제로 인공강우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개막식 날 맑은 날씨를 유지하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개막식 전에 미리 비를 다 내리게 촉진하는 방법으로 비구름이 사라지도록 한 것입니다. 지난 2018년 내몽골 산불 때도 인공강우 비행기를 급파해, 산불 진화에 이 기술을 활용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중국 전체 인공 강우량이 615억 톤에 이른다는 수치도 있습니다.

중국 인공강우

61년 만의 최악의 폭염과 가뭄, 인공강우 기술은 왜 힘을 쓰지 못할까?


지금 중국 중남부에 찾아온 폭염과 가뭄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여름 항저우에도 40도를 넘는 폭염이 찾아왔었는데 당시 인공강우를 실시해 기온을 크게 낮춘 적이 있습니다. 현재 쓰촨성과 충칭을 중심으로 찾아온 폭염과 가뭄은,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인공강우 로켓을 쏘아 올렸다고 하는데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극심한 가뭄에 수력발전 발전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순차 정전 조치가 확대되고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인데도 중국이 그동안 자랑해온 인공강우 기술은 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외국 기자인 저의 눈에만 이상하게 보인 건 아니고, 중국 국내에서도 "왜 대규모 인공강우를 실시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제(22일) 현지 주요 매체에 관련 내용이 많이 실렸는데, 인공강우 기술로도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해결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로켓 발사형 인공 강우의 개념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는 인공강우 기술도 역부족


인공강우 기술을 중국에서는 인공증우 기술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인위적으로 없는 비를 내리게 한다기보다는, 비의 양을 늘리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이유는 이 기술의 원리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있는 작은 물방울 입자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름 속 물방울을 빨리 모이게 만들어 크게 만들면 비가 내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종의 '구름 씨앗'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질을 구름 속에 살포해야 합니다.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과 같은 흡습성 물질이 주로 사용됩니다. 중국 인공강우에 주로 사용되는 WR-98 인공강우 강화 로켓도 요오드화은 연료를 발사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인공강우는 구름 속 수분 함량을 높이는 것이라기보다는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빗방울이 되는 시간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즉 충분한 구름이 없다면 비를 내리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인공강우' 대신 '인공증우'라는 표현도 자주 쓰입니다.

구름의 종류와 크기, 인공강우 실시 비용도 문제


아무 구름이나 많다고 해서 인공강우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구름 내부의 온도나 습도가 조건에 맞아야 하고, 구름층이 2km 이상의 두께로 발달해야만 충분한 수증기를 확보해 인공강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강우 로켓을 몇 발이건 발사해도 비를 내리게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인공강우가 성공한다고 해도, 늘어나는 비의 양은 20% 정도라고 합니다. 원래 예정된 강우량이 10mm라면 인공강우를 실시해 더 오게 하는 비의 양은 평균 12mm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인공강우를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은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무조건 강우 로켓부터 쏘고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예산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현지 언론에서 자주 인용하는 숫자는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상하이의 최초 인공강우 실시 예산입니다. 당시 1회 예산이 470만 위안, 우리 돈으로 9억 7천만 원 상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강우 촉매제 하나의 가격은 40만 위안, 8천만 원 정도지만 소모품뿐만 아니라 장비운용과 운송, 모니터링 인력 운영 등 예산이 들어가야 할 곳이 많다는 얘깁니다. 각 지방정부의 담당자 입장에서는 예산을 들여 강우 로켓을 쏘고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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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폭염 해결에 언제쯤 대규모 인공강우 실시할까


현지 보도에 따르면 가장 폭염이 심한 쓰촨과 충칭 지역은 아직 인공강우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하늘에 구름이 엷고 습도도 높지 않은 상태여서 인공강우를 실시해도 실패하기 쉽거나 강우량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5~6일 이후에는 기온이 좀 낮아지고 강우량도 약간 늘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에, 인공강우 성공을 위한 조건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전 국토의 60%에서 인공 비나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아직까지는 쓰촨 폭염에 대규모 인공강우를 실시한다는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점차 기상 조건이 갖춰져 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쏟아부을지, 또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사진 출처 : 웨이보,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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