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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전통주라고? 진짜 우리 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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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만찬의 건배주는 벌꿀로 만든 와인이었습니다. 이날 저녁 제공된 6가지 술 가운데 와인이 5가지나 됐는데, 현행법상 모두 전통주입니다.

아파트단지 옆을 50년 넘게 지키고 있는 강원도 춘천의 한 막걸리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아침 6시면 작업이 시작됩니다.

쌀을 씻고,

[(왜 이렇게 맑은 물 나올 때까지 씻어야 돼요?) 술이 깔끔하게 나와요. 씻는 것에 따라서도 술맛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솥에 찌고, 균을 입혀 막걸리 원료를 만듭니다.

밀가루로도 막걸리를 만듭니다.

찌고,
[꼬들밥 한 번 드셔보쇼. 작은 거 한 덩어리지만 진짜 오리지널이야.]

옮겨서, 발효 중인 막걸리 통에 들이붓습니다.

[발효할 때 나는 소리 들리시나요?]

막걸리 빚기는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 옛날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빚어도 이 막걸리는 전통주는 아닙니다.

전통주가 되려면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 명인이 직접 만들거나,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주원료로 써야 합니다. 만찬에 쓰인 술들은 사과, 머루 같은 특산물을 쓴 거라 와인이어도 전통주가 됐습니다. 원료의 종류나 제조 방식은 따지지 않다 보니 지역 막걸리는 전통주에서 빠집니다. 전통주가 되면 세금 혜택이 주어지고 온라인으로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권인숙/막걸리공장 임원 : 아이러니하죠. 누구한테 물어보든 막걸리는 전통주인데 우리가 만드는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닌 거예요.]

한 대형 마트의 주류 코너. 전통주라고 마련된 곳에서 판매 중인 23종류 가운데 법으로 인정받은 전통주는 14종류뿐입니다. 이름이나 재료만 봐서는 전통주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술 제조 장인들을 우대하고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혜택을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주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최근에는 혼란을 막기 위해 지역 특산주를 따로 분리하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은 전통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 : 지역 특산주들이 그런 외국의 제조 방법들을 가지고 와서 술들을 만들기 시작하다 보니까 진이나 사이다 같은 술들이 전통주가 돼버리는, 그래서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전통주의 개념과 법에서 얘기하는 전통주의 개념이 두 개가 혼선이 있는 그런 부분들이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대형 주류회사들로 혜택이 집중되거나, 술의 온라인 판매 급증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연예인, 외국인까지 잇따라 전통주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상황. 전통주 개념과 혜택의 범위를 어떻게 할지는 내년 전통주산업발전기본계획에나 담길 예정이라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취재 : 한승구 / 영상취재 : 홍종수 / 영상편집 : 조윤진 / 작가 : 김유미 / CG : 성재은 / SBS 디지털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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